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상선 공격을 문제 삼은 미군의 보복 공습과 이에 맞선 이란의 반격이 이틀 연속 이어지면서 중동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는데, 이르면 29일 열릴 전망이었던 후속 실무회담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27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상업용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계속되는 공격에 직접 대응으로 공습했다”며 “미군 항공기는 이란의 정찰 기반시설과 통신체계, 방공 기지, 드론 저장시설 등 군사 목표물 1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이 군 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뤄진 보복 공습임을 명시했다.
미군은 전날 이란이 상선 에버러블리호를 공격한 데 대응해 공습을 실시한 후, 이란에 휴전 합의를 지킬 기회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날 오전 4시 30분께 파나마 국적 유조선 키쿠호를 향해 일방 공격용 드론을 발사하면서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키쿠호는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해협 인근을 지나던 중이었다.
중부사령부는 상선들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는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미군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치명적 타격 능력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습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미군의 추가 공습에 대응해 쿠웨이트와 바레인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도 위협했다.
미국과 이란은 전날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력 공방을 벌였다. 미군은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드론 보관시설 등을 타격했고, 이란은 바레인 공격으로 대응했다. 양측이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이었다.
상선 공격과 보복 공습, 반격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성은 한층 커졌다. 군사적 대치가 확산될 경우 스위스에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던 후속 협상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