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반도 심포지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친한계와 소장파 의원들을 향해 징계 카드를 꺼내 들면서 당내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퇴 요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지만, 당 안팎의 반발이 더 커지면서 내홍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난 26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일부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 가능성을 거론했다. 장 대표는 “지금 당이 정상적 모습은 아니다”라며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놨던 징계조치에 답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펜앤마이크 유튜브에서는 김재섭, 김용태, 우재준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고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미래’를 겨냥해 “기가 막히게 적과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당내에서 지도부를 공격할 때는 맨 먼저 나와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혁신과 대안, 미래라는 이름으로 명분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에 반드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쇄신파와 친한계 의원들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 체제에서 당무감사위와 윤리위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제명 조치했고, 친한계인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에게도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다만 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의 징계는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무력화됐다.
장 대표가 징계 카드를 언급하면서 당 안팎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안과미래는 이날 장 대표를 향해 “더는 국민의힘을 개인의 ‘사당’으로 착각하지 말라”며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6·3 지방선거 뒤 오른 당 지지율을 ‘대표 공’으로 착각하고, 참정권 침해 문제의 해법은 ‘대표’가 갖고 있다고 착각한다”며 “‘수치로 보면 진 건 맞다’면서도 선거 패배의 책임은 대표가 아닌 개별 의원 탓이라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선거 패배 후에도 장 대표는 당내의 건전한 비판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징계를 언급하는 편협한 리더십만 보일 뿐”이라며 “대표가 당권 유지에만 매달려 폭주하면 당의 미래는 없다. 당이 새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당심과 민심을 직시하고, 약속대로 ‘책임’을 지시기 바란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 26일 장 대표를 향해 “지금 당장 저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시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모두가 패배를 말하던 전장에서 저는 선봉에 서서 싸웠다”며 “선대위원장으로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그 싸움이 장동혁 지도부를 흔드는 일이었다면 기꺼이 징계를 받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장 대표를 겨냥한 비판에 가세했다. 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이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사람들이) 사퇴하라고 하면 징계하겠다는 것이랑 똑같다”며 “저는 보수 정치인으로서 (장 대표가) 보기 참 딱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장동혁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고, (징계 절차 개시 등) 그런 엄포를 두려워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실제로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경우 사퇴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한계와 소장파,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이미 장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자리 잡은 만큼, 징계를 밀어붙일수록 역풍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장 대표 사퇴를 둘러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오는 29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