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젊은 정치인의 자작극 의혹

입력 : 2026-06-28 18: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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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아달라. 지금은 저라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지만, 시민들이 저를 바위로 키워주실 것이라 믿는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 마지막 날 유세 차량에서 쏟아낸 말이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끝까지 완주하려는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응원하기로 한 시민들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전 후보가 공언한 변화를 믿었던 2만 7418명의 부산시민은 한 표로 응답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자작극 의혹의 당사자로 전락했다.

음료 피습 자작극 의혹 직후 정 전 후보는 목 보호대를 두르고 “이번 일로 제 또래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됐다”며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선처 탄원서’까지 냈다. 그러나 학생부 허위 기재 논란에다 부친 병원 관계자들의 선거 개입 의혹 등 날마다 터지는 논란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같은 또래라도 그들이 처한 삶의 위치가 얼마나 다른지 새삼 느끼고야 만다.

정 전 후보는 선거 전부터 이해하기 힘든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선거를 불과 2주 앞두고 ‘잠수’를 탔다.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해놓고는 언론사 기자는 물론 당직자들의 연락마저 무시한 채 두문불출했다. 당선 확률이 희박하다고는 하지만, 320만 부산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공당의 후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단일화 무산 등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정 전 후보는 잠행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끝까지 선거를 치렀다.

이번 사태로 개혁신당 부산시당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고, 책임론은 중앙당까지 번지며 개혁신당은 존립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산이라는 보수적인 정치 지형의 벽을 무너뜨리려는 젊은 정치인들에게 유사한 낙인 효과가 찍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은 물론 광역의회 문턱을 넘은 젊은 부산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작극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역의 청년 정치인들은 자신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만 한다. 젊은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들보다 더 구태스러운 정치를 한다며 도매금 취급하려는 목소리까지 곳곳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 후보 공천이나 정치 신인 발굴에 소극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늘도 바위를 부수기 위한 계란을 자처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진정성과 책임 정신이 이번 자작극 의혹에 흔들려서는 안될 일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