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금고지기

입력 : 2026-06-28 18: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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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몇 년 새 시금고 담당 금융기관을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꿨다. 우리은행은 오랫동안 서울시 시금고를 맡아 온 전통의 금고지기였다.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따지면 100년이 넘도록 시금고를 맡아 왔다. 그러다 2019년에 1금고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준 뒤 2023년에는 2금고 자리까지 빼앗겼다. 올해 들어 서울시는 시금고 선정을 다시 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께 금고지정 심의위를 개최한 끝에 신한은행을 다시 금고지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100년 전통의 시금고지기 명예를 되찾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태스크포스를 꾸린 바 있다. 신한은행도 서울시의 시금고를 맡으면서 출연금과 전산망 구축 등에 이미 6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던 터라 역시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입찰 전략을 짰다. 업계에서는 금고지기 쟁탈전에 은행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이기고도 재정적 타격을 입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상징성 탓인지 은행들은 총력 태세로 달려들었다.

시금고란 세금과 세외수입, 국고보조금 등의 세입을 수납하고 예산을 집행할 때 세출금을 지급하며 지자체가 보유한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과 보관을 맡는 금융기관을 일컫는다. 서울시의 경우 시금고가 맡는 예산 규모가 50조 원이 넘고 부산시도 18조 원에 육박한다.

시금고는 공공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수납과 지출 기록 관리에 있어서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시민들이 각종 세금 등을 납부하고 지자체가 각종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세입·세출 상의 업무 표준화도 시금고의 필요성에 포함된다. 금융기관이 내놓는 한해 100억 원대 출연금은 덤이다.

부산시의 경우 1금고는 일반회계와 일부 기금을 담당해 전체 예산의 70% 가량을 맡고 2금고는 공기업특별회계와 기타 특별회계 등 나머지 약 30%를 처리한다. 현재 부산시의 1금고는 BNK부산은행이, 2금고는 KB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최근 부산시가 시금고 지정과 관련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차기 시금고에 어떤 금융기관이 선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시는 선정 과정 공정성 강화가 개정 조례안 핵심 내용이라 설명했지만 금리 조건 강화 등 지역은행에 불리한 조건도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100년 서울시 금고지기였던 우리은행이 밀려났듯이 영원한 건 없다. 28년 부산시 금고지기 부산은행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듯하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