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도박판 이끄는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입력 : 2026-06-28 18: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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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만 20% 안팎 급등락
시장 변동성 극심 공포 확산
개미들 투기 수단 전락 비판
감사원, 금융당국 감사 착수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81%, SK하이닉스는 8.36% 하락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81%, SK하이닉스는 8.36% 하락했다.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고 모 씨는 최근 주가가 연일 치솟는 모습을 보며 극심한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꼈다. 결국 고 씨는 지난 22일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매수 다음 날인 23일 장 초반 평가수익률이 약 20%까지 치솟으며 환호했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코스피가 장중 9.99% 급락하면서 고 씨가 보유한 레버리지 ETF는 하루 만에 약 25% 넘게 급락했다. 순식간에 계좌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본 고 씨는 결국 손절매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 24일과 25일 코스피가 급반등하자 레버리지 ETF도 큰 폭으로 상승했고, 고 씨는 후회감에 다시 매수 버튼을 눌렀다. 지난 26일 SK하이닉스가 또 급락하면서 ETF는 하루 만에 17% 넘게 떨어졌다. 불과 5거래일 동안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장세 속에서 손절과 재매수를 거듭한 고 씨는 “내가 주식을 한 건지 도박을 한 건지 모르겠다”며 허탈감을 호소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고 씨와 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후 개인투자자들의 매매가 집중되며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과 풍부한 유동성에 레버리지 ETF까지 결합되며 코스피가 하루는 10% 가까이 급락하고 다시 수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두 종목의 레버리지 ETF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국내 증시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부상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운용사들이 매일 장 마감 전후로 보유 비중을 맞추는 ‘리밸런싱’을 진행하는데, 기초자산이 오르면 목표 레버리지 배수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더 사고 반대로 내리면 보유 주식을 더 팔아야 한다. 이는 상승장에서는 더 큰 상승을 부추기고,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더 확대하는 특성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내 레버리지 ETF에 대해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1% 움직일 때마다 약 90억 달러의 규모의 리밸런싱 수요를 발생시킨다고 추산했다. 노무라 증권 찰리 맥엘리곳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은 “한국은 AI 병목 거래의 진앙 중 하나로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구조적 역학으로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나비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3일과 26일 ‘검은 화요일’과 ‘검은 금요일’에도 레버리지 ETF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급락하자 관련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매물이 시장 하방 압력을 키운 것이다.

글로벌 증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3일 이후 열린 미국 증시에서는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고,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 증시 폭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반도체에만 집중된 이른바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변동성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은 왜곡 현상은 최근 몇 달 동안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쏠림 현상을 심화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매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26일 개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ETF는 KODEX와 TIGER의 ‘닉스레버리지’로 두 종목 순매수 규모는 약 2조 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에도 약 7300억 원 규모가 유입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기 방향성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취지와 달리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투기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그러자 감사원은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대상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가 적절했는지 △사후 관리가 충분했는지 △증권사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으로 운영됐는지 등이 포함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를) 막았어야 했는데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코스피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발동 횟수가 적었던 서킷브레이커가 22∼26일 사이에만 두 번 발동됐다”며 “현재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의 원인을 레버리지 ETF로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심화시킨 개인 투자자의 대형주 수급 쏠림이 코스피 지수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