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차별적인 규제를 가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연방 의회 보고서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경쟁 차단: 한국 정부의 미국계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35쪽 분량에 달하는 보고서 중 절반 이상을 쿠팡 문제에 할애했다. 지난해 말 쿠팡의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한국 정부의 대응이 불공정하고 과도하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수 십년 간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왔으나 차별적 대우는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심해졌다”면서 “이런 관행에는 강압적인 조사 전술,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 요건, 그리고 미국 기업을 처벌하고 한국 기업과의 효과적 경쟁을 어렵게 하는 막대한 벌금과 과징금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범정부적 총공세’로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대우는 미국과 최근 체결한 무역 합의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의 주장도 상세하게 실렸다. 한국이 쿠팡에서 고객을 빼내 자국 경쟁업체에 몰아주려고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쿠팡과 한국 규제 당국과의 관계가 적대적이며 심할 경우 보복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특히 해킹 피의자의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중국에서 회수한 과정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작전이라고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됐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인사가 쿠팡에 해킹 피의자의 전자기기 회수와 인계를 위해 국정원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지시했으며 중국 상하이에서 전자기기가 확보된 것을 알리자 해당 고위 인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하고는 다음날인 2025년 12월 16일 보고가 됐음을 확인해줬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과 적대적 규제로 미국 경제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표적이 되면서 쿠팡의 시가총액은 40% 이상 떨어져 미국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쿠팡을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업체와 생산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
또 한국의 차별적인 관행과 적대적 규제로 미국에 5250억 달러, 한국에 4690억 달러의 손실이 초래될 수 있으며 미국 가구에 향후 10년간 평균 3800달러의 경제적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통계도 인용했다.
이번 보고서 공개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한미 통상 관계가 재조명되는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하원 법사위원회의 중간 직원 보고서로, 미 행정부 공식 입장이나 전체 의회 차원의 결론은 아니다. 다만 보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전제 하에 쿠팡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소개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쿠팡Inc 측은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조사로 이어진 상황에 대해 유감”이라며 “쿠팡은 다시 한번 한미 동맹 강화와 양국 간 무역·투자 촉진에 기여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