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손 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20대 여성 양 모 씨(왼쪽)와 40대 남성 용 모 씨. 연합뉴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3억원을 뜯어내고, 7000만원을 추가로 갈취하려 한 일당의 실형 판결이 각각 확정됐다. 여성은 2심에서 내려진 징역 4년 판결에 상고하지 않아 앞서 확정됐고, 남성 공범의 징역 2년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 확정됐다.
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법원 3부(오석준 대법관)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용 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했다. 형사 사건에서 상고 이유가 부적법한 경우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고 상고 기각 결정을 내린다.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양 모 씨는 지난 4월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양 씨는 2024년 6월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손흥민을 협박해 3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손흥민 측은 사회적 명성과 운동선수로서 커리어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양 씨에게 3억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연인 관계이던 양 씨와 용 씨는 지난해 3∼5월 임신과 낙태 사실을 언론과 손흥민 가족 등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7000만원을 추가로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양 씨는 당초 손 씨가 아닌 다른 남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며 금품을 요구하려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2차로 손 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엄지성, 김승규가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들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양 씨에게 징역 5년, 용 씨에겐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같은 해 12월 1심은 양 씨와 용 씨에게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 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누구의 아이인지 확인한 바가 없다"며 "양 씨는 태아가 손 씨의 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씨가 손 씨의 아이를 가졌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면서 "외부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 하는 등 손 씨를 위협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용 씨에 대해서도 "단순 협박이나 금전 요구에 그친 게 아니라 손 씨가 유명인인 점을 이용해 언론과 광고사 등에 (임신과 임신중절 사실을) 알리는 등 실행 행위에 나아갔다"며 "이 사건이 알려져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유명인으로 범행에 취약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빌미로 큰돈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며 "3억을 받고도 추가로 돈을 받으려 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2심도 "1심 판단에 사정변경 이유를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증거관계, 범행 결과 등을 볼 때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