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선 덕분에 경북 울진까지 철길이 열렸다. 벼르고 별러서 올봄 울진 온천·대게 여행을 다녀왔는데, 뜻밖에 인상 깊었던 것이 공짜 버스다. 지역민·나이 구분 없이 버스가 무료였다. 울진역에서 19㎞ 떨어진 덕구온천을 다녀오기 위해 렌터카를 빌리려다 역 앞에서 왕복 버스를 만나 로또에 당첨된 듯 기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구 감소 지역은 승객 감소와 운행 축소가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서민의 발’ 자체가 사라지기 일쑤다. 그 불편은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지인의 발길마저 끊어 놓는다. 그러한 문제의식이 공짜 버스를 탄생시켰으리라.
농어촌은 대중교통 자체의 존립에 사활을 걸지만, 대도시는 대중교통 무임승차가 늘어서 고민이다. 이 점에서 서울시의 ‘70세 이상 공짜 버스’ 구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해진 횟수만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지원하되, 65~70세의 도시철도 요금은 유료화하자는 취지다. 교통 복지의 대상과 수단을 재조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무임승차 손실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구조는 여전해서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다.
이동권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다. 하지만 교통 복지는 연령별·지역별 형평성과 국가와 지자체 책임이 엇갈리는 논쟁적 이슈다. 가장 큰 논란은 전국 6개 도시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부담이다. 무임승차 손실액이 당기순손실의 58%에 이른다.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4.1%에 불과했던 1984년 만든 제도를 42년째 유지한 채 지방에 부담을 떠넘긴 탓이다.
부산의 무임승차 비중은 28.7%인 데 반해 서울은 14.1%다. 이 차이 때문에 서울이 무임승차를 버스로 확장하는 접근법을 택했을 것이다. 부산은 4월 기준 65세 이상 비율이 25.9%에 이르렀다. 시민 넷 중 한 명이 무료고, 머지않아 둘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서울의 해법이 부산에 적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 도쿄의 실버패스 등 해외 대도시의 고령자 우대 정책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기 할인권 방식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도시철도 65세 이상 무료’가 못 박혀서 지자체는 운신의 폭이 좁다. 무임승차의 틀로 접근하면 ‘비용 대납’을 둘러싼 세대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 이동권 보장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국가가 기본적 재정 책임을 지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마다 실정에 맞는 교통 복지를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울진과 서울, 부산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