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날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로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기록한 지난달 3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주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한 달간 국내 증시는 역사적인 급등락을 반복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반도체 고점 논란이 불거지며 코스피 지수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다만 7월 마지막 거래일 역대 최대 폭으로 급등하며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국내 증시가 8월에는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6월 말 8476.48에서 7월 말 6595.45로 22.2%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101.14% 급등하며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거침 없이 추락한 것이다. 특히 7월 마지막 거래일(31일) 급반등을 제외한 1~30일 하락률은 무려 34%를 넘는데 과거 외환위기였던 1997년 10월(27.25% 하락)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23.13%)을 뛰어넘을 정도의 큰 충격을 나타냈다. 그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484조 원 줄었다.
코스피 지수 폭락의 최고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연속 이어진 폭락장세였다. 지난달 28일 하루 만에 10.84% 급락한 데 이어 29일(-5.98%)과 30일(-1.23%)에도 하락하며 6000선 붕괴에 이어 한때 5500선까지 밀려났다. 증시 안전장치도 속수무책이었다. 7월에만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네 차례 발동됐다. 또 지난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연이틀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증시를 뒤흔든 진앙은 반도체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먼저 메타발 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에 메모리 수출 단가 상승 폭 축소, 장기 공급 계약(LTA) 논란으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엔비디아발 ‘순환 거래’ 우려는 이 같은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오픈AI에 대한 지급 보증과 대규모 투자 소식에 AI 업계 수요와 밸류에이션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흥행 등 중국의 ‘AI 굴기’ 소식에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계속됐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을 더 극대화해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됐다. 두 기업 모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무너진 투심에 속절없이 하락했다. 7월 한 달간 삼성전자는 21.41%, SK하이닉스는 35.17%나 급락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올투자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지난달 코스피가 급락한 주된 요인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 최근 다시 부각된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심”을 꼽았다.
다만 7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된 상태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만에 17.91%(1001.89포인트) 폭등한 6595.45로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도 27% 가까이 치솟았다. 구글(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AI 고점 논란을 잠재운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74.98포인트(11.63%) 오른 719.76으로 마감하며 700선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7월 증시가 대폭 하락했던 만큼 8월 증시의 반등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반등 여부 역시 반도체에 달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지난 6월 보였던 가파른 급등세 대신 계단처럼 저점을 확인하며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의 실적 발표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잭슨홀 미팅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계속되는 전쟁으로 시장 금리가 반등해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74%를 넘어선 부분이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와 함께 샌디스크와 AMD 등 다른 반도체주의 실적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8월 코스피 지수는 5150선을 최악의 마지노선으로 두고 이후 잠복한 불확실성 경과를 확인하며 6350선까지의 기간 조정 국면 내 계단식 저점 상승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8월 코스피 경로로 5700, 6500∼6600, 7200 등 세 개를 제시했다. 노 연구원은 “5700은 200일 선이 놓인 스트레스 기준 선이고, 6500∼6600은 적정 가치 밴드 재진입 선이며 7200 안팎은 20일 선이 놓인 첫 저항”이라며 “월중 경로는 실적과 수급 이벤트에 따라 이 세 선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 역시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레벨은 분기별로 내년까지 계단식으로 높아진다는 점에서 결국 주가는 증가율보다 이익 레벨을 보고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개정안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조치 기한은 상한으로 두고 배율은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방식으로 운신의 폭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