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자퇴 증가, 내신 리셋 때문?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입력 : 2026-08-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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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퇴한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원인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일부 사교육 현장에서는 내신 5등급제 도입에 따라 대입에서 내신 성적 영향력이 커진 것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더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해 자퇴와 재입학을 거쳐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니는 이른바 '내신 리셋’의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반면 교육당국은 내신 5등급제 때문에 자퇴가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엇갈린 반응이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2005년 5월 열린 입시경쟁교육 반대와 내신등급제 재검토를 위한 촛불문화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2005년 5월 열린 입시경쟁교육 반대와 내신등급제 재검토를 위한 촛불문화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 연합뉴스

■ 자퇴 원인은 내신 리셋?

전국 일반계 고교 1학년 자퇴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육정보시스템(NEIS) 학적변동 통계 등에 따르면 2021년 6112명, 2022년 7880명, 2023년 9373명, 2024년 9346명을 기록했다가 지난해엔 1만 6명을 기록했다. 이 현상을 두고 일부 사교육 현장에서는 내신 리셋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교 내신 등급제는 2025학년도부터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됐다. 2028년도 대입부터 5등급제를 적용한다. 9등급제는 1등급 상위 4%, 2등급 누적 11%, 3등급 누적 23%, 4등급 누적 40% 등으로 나뉜다. 5등급제는 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32%, 4등급 24%, 5등급 10%로 나뉜다.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늘었지만 2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서울권 대학 진학이나 의대 진학을 할 수 없을 우려가 커졌다는 게 일부 입시학원 등의 입장이다. 9등급제 체제에서는 내신 2등급대도 서울 중하위권 대학을 노려볼 수 있었으나 5등급제 전환으로 합격 가능성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3학년 1학기까지의 고교 성적을 반영하는 대입 내신의 경우 고1 내신을 망칠 경우 치명적이다. 남은 3학기 동안 내신을 만족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학년 내신을 망쳤을 경우엔 불안감 때문에 내신 리셋 결정을 내리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치열한 성적 경쟁 폐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도입한 5등급제가 다시 다른 폐단을 낳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대입상담캠프 모습. 부산일보DB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대입상담캠프 모습. 부산일보DB

■ 자퇴 부추기는 ‘사교육 불안 마케팅’?

교육당국은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된 2025학년도 고교 자퇴생 수가 유의미할 정도로 급증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025학년도에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2026학년도에 다시 입학하거나 재·편입학 규모도 전년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재입학 이유도 질병 치료와 가정 사정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신 리셋을 위한 재입학이 증가했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고 한다. 또 전 과목 1등급을 받지 않으면 서울권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주장은 사교육 현장의 불안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2025학년도 고교 1학년 1·2학기 전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 수는 4659명(1.08%)으로 1학기 대비 38% 감소했다. 3년 동안 모두 1등급을 받는 학생 수는 갈수록 더 줄어드는 구조라는 것. 따라서 전 과목 1등급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너무 큰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2025년 고교 1학년 자퇴생들의 평균 등급은 5등급제 기준 3.7등급, 9등급제로 환산하면 6.7등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1학년 자퇴생 중 내신 하위 등급 학생이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도 내신 리셋으로 인한 자퇴 증가의 반박 증거로 제시된다.



2024년 9월 서울 강남구 한 입시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024년 9월 서울 강남구 한 입시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 증가하는 학교 밖 청소년

고교생 학업중단엔 대인관계 및 심리·정서적 요인에 의한 학교생활의 어려움, 해외 출국, 질병 등 복합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퇴, 퇴학, 무단 결석 등 학업중단을 부른 사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원인을 특정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신 리셋을 위한 자퇴와 재입학, 검정고시 응시를 위한 자퇴 등 다양한 원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일반계 고교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등의 학업중단 사유도 한층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학령기 학교 밖 청소년(6~17세)은 2024년 기준 17만 3800명으로 추산됐다. 학업중단 학생 통계는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 규모에 대한 정확한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고립과 은둔에 빠지기도 한다. 정부와 광역지자체 교육청 등의 정확한 실태조사와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청소년 자퇴를 자발적 학업 중단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개선되어야 한다. 자퇴 증가는 우리 사회의 입시 중심 교육제도 등이 초래한 비자발적 선택의 증가로 봐야 한다. 1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일반계 고교 1학년이 학교를 떠났다는 절망적 통계 앞에서 그 원인이 내신 리셋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학업을 중단한 그들의 상당수가 학교 밖 청소년으로 방치될 우려가 높아진 현실 자체가 이미 너무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과 보완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공감대 확산이 필요할 뿐이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