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천기지창 현실성 없는 용역, 지역에는 기회비용

입력 : 2026-08-06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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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기관 주도 사업마다 재검토 반복
부산 미래 경쟁력 준비 기회도 사라져

부산 부산진구 범천기지창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범천기지창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부산진구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 개발 사업(이하 범천기지창 사업)이 언제 다시 본궤도로 돌아올지 모르는 위기에 놓였다. 코레일이 해당 사업 계획 재검토 용역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2020년 6월 예비타당성 조사에 통과한 이 사업이 기존 조사 기한 경과로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6년 넘도록 사업 진척 없이 희망고문만 한 꼴이다. 앞으로 사업 재검토, 예타 등에 18개월이 더 필요하다. 기간 내 개발 방향이 잡힌다고 해도 사업자 공모 등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 두 기관은 사업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내밀지만, 애초에 계획을 잘 세웠다면 맞딱뜨리지 않았을 상황이다.

범천기지창 이전은 시민의 힘으로 얻어낸 결과다. 1904년 현 위치에 들어선 범천기지창은 도시가 발달하면서 부산 중심부 동서 단절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급기야 2007년 부산진구가 국토부에 이전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일이 100만 국민서명운동 등 범시민운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정부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산시 등도 기회 있을 때마다 ‘부산형 판교’ ‘4차 산업 공간’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실상은 달랐다. 땅값 등 초기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 구조 탓에 나서는 사업자가 없었고 사업 계획도 바뀌었다. 처음에 전체 부지 중 9%선이던 주거 비율이 나중에 30%로 뛰었다. 최근엔 4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부산 숙원 사업 지연 사례들이 번번이 중앙부처 공공기관이 관여한 사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화가 치밀 지경이다. 행정력 낭비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 도시 경쟁력마저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주도하는 북항 랜드마크 부지 개발도 범천기지창 사업과 데칼코마니다. BPA는 수십억 원을 들여 수차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도 실행 가능한 개발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간 사업자 찾기에 잇따라 실패하고는 또다시 10억 원이 넘는 타당성 검토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레일과 BPA 모두 구체적 사업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채 검토와 분석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시민보다 기관 이해와 책임 모면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 아니겠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부산 숙원 사업의 거듭된 차질이 부산 미래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 시대를 선언한 정부가 ‘5극3특’ 전략,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방엔 다시 없을 기회이고, 지방정부마다 경쟁에 이길 묘안을 짜느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광주 군 공항 부지가 있어 800조 원대 메가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부산은 도심에 가용한 부지를 때 맞춰 조성만 했더라도 엄청나게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부산의 50년, 100년 도시 경쟁력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하나둘 지워질 판이어서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