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라 왈리, 카탈라니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

입력 : 2026-08-06 14:27:52 수정 : 2026-08-06 14: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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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알프레도 카탈라니. 위키미디어 알프레도 카탈라니. 위키미디어

“카탈라니는 가장 풍부한 영감의 소유자였다. 푸치니마저도 그를 질투했다. 그가 그려내는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찬탄할 수밖에 없었다.”

거장 토스카니니는 작곡가 카탈라니를 이렇게 평가했다. 알프레도 카탈라니(Alfredo Catalani, 1854~1893)는 푸치니와 같은 이탈리아 루카에서 태어났다. 카탈라니가 푸치니보다 네 살 먼저 태어났고, 대중에게 먼저 이름을 알린 사람도 카탈라니였다.

그는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한 뒤 스물여섯 살이던 1880년 두 번째 오페라 ‘엘다’를 초연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계를 좌우하던 출판사이자 흥행사인 리코르디가 푸치니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카탈라니는 늘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1892년 회심의 역작 ‘라 왈리’를 초연했으나 끝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듬해인 1893년 8월 7일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39세였다. 훗날 토스카니니는 그를 기리기 위해 자신의 딸 완다의 애칭을 ‘왈리’라고 지었다. 그리고 그 딸 완다는 훗날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결혼했다.

알프레도 카탈라니-‘그러면 멀리 떠날게요’(소프라노 홍혜경) 알프레도 카탈라니-‘그러면 멀리 떠날게요’(소프라노 홍혜경)

오페라 ‘라 왈리’는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로맨틱 드라마다. 아버지는 딸의 연인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겨 다른 남자와 결혼하든지 집을 떠나라고 강요한다. ‘그러면 멀리 떠날게요(Ebben, Ne andrò lontana)’는 왈리가 집을 떠나며 부르는 아리아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연인과 다시 만나지만, 갑작스러운 눈사태가 연인을 삼켜 버리고, 절망한 왈리 역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

“그러면 멀리 떠날게요. 마치 멀어지는 종소리처럼, 하얀 눈밭 사이로, 황금빛 구름 사이로. 희망도 있지만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고통도 있죠. 오, 내가 태어난 집이여. 나는 이제 아주 멀리 떠나요. 그리고 아마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다시는 당신들을 보지 못할 거예요. 홀로 멀리 떠납니다. 마치 멀어지는 종소리처럼, 하얀 눈밭 사이로, 황금빛 구름 사이로.”

열정과 복수심, 연민 등 낭만주의 오페라의 요소를 두루 갖춘 왈리라는 인물도 매력적이고, 거듭 반전되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음악 또한 뛰어나다. 그럼에도 작곡가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고, 무엇보다 푸치니라는 거대한 존재의 그늘에 가려 이 오페라는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아리아만큼은 많은 소프라노가 꾸준히 무대에서 불렀다. 1981년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영화 ‘디바’에 삽입되면서 다시 한번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프랑스 영화감독들이 클래식 음악을 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뤽 베송이 ‘제5원소’에서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레오 카락스가 ‘퐁뇌프의 연인’에서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인상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베넥스 역시 이 아리아를 통해 왈리에게 닥쳐올 비극적인 운명을 미리 암시했다.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