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길주 명정학교장학재단 이사장 “외조부인 이산 스님 교육 정신 이어 후학 양성”

입력 : 2026-08-09 17:35:44 수정 : 2026-08-09 17:36:3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부산 근대학교 ‘명정학교’ 설립
불교계 ‘보성고보’ 운영 주도한
범어사 전 주지 이산 스님 기려
작년 재단 설립…인재 육성 지원

강길주 명정학교장학재단 이사장. 명정학교장학재단 제공 강길주 명정학교장학재단 이사장. 명정학교장학재단 제공

“일제강점기 민족교육에 헌신하신 외할아버지 이산당 원오 대선사와 평생 교육계에 몸담은 부모님의 유지를 계승하는 데 뜻을 두고,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 육성과 학술 진흥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재)명정학교장학재단 강길주 이사장은 재단 설립 경위에 대해 선대 ‘세 분의 유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강 이사장의 외조부인 이산 스님은 일제강점기 범어사 주지로 재임(1932~1936년)하며 명정학교 이사장을 역임, 민족교육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명정학교는 1906년 범어사에서 설립한 근대학교로, 현재 청룡초등학교·금정중학교의 전신이다.

부모인 강용지, 오정숙 두 사람도 역시 명정학교 후신인 청룡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인연으로 가정을 이뤘고, 교육에 몸바쳤다. 부친은 부산 동부·남부·동래교육지원청장에 이어 부산시 교육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강 이사장은 특히 외조부인 이산 스님에 대해 일종의 사명감을 드러냈다. 그는 “2019년 선친이 세상을 떠나신 후 외할아버지의 기록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침 제 모교인 금정중학교 동창회장직을 수행하던 터라 일부 자료를 취합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확인한 이산 스님의 삶의 족적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컸다.


부산 명정학교(현 청룡초등학교·금정중학교) 설립과 보성고등보통학교(현 보성고·고려대) 운영에 참여하며 일제강점기 민족교육과 인재 양성에 매진한 전 범어사 주지 원오당 이산 스님. 명정학교재단 제공 부산 명정학교(현 청룡초등학교·금정중학교) 설립과 보성고등보통학교(현 보성고·고려대) 운영에 참여하며 일제강점기 민족교육과 인재 양성에 매진한 전 범어사 주지 원오당 이산 스님. 명정학교재단 제공

이산 스님은 1886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일찌기 한학을 두루 섭렵했으며, 범어사 혼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명정학교 설립과 보성고등보통학교(현 보성고·고려대) 운영에 참여하며 인재 양성에 매진했다. 특히 민족교육의 상징적 거점인 보성고보를 불교계가 인수해 10여 년간 운영할 당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보성고보 설립 주체인 천도교 측의 재정난으로 학교가 존폐위기에 처하자 조선불교교무원이 60만 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했는데, 이산 스님은 재무이사로서 인수와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게 강 이사장의 설명이다. 1934년 범어사 주지 시절엔 고계학원이 보성고보를 인수하려 하자 백양사 주지 만암, 통도사 주지 경봉 스님 등과 함께 학교 수호에 적극 나섰다고도 한다.

이산 스님은 통도사, 해인사와 연합해 ‘해동역경원’을 설립(1935년), 한문 불경의 한글 번역 사업에도 앞장섰다. 강 이사장은 “해동역경원은 <불타의 의의> <사종의 원리> <불교성전> 등을 출간하며 불교 대중화뿐 아니라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 정책에 맞서 민족 언어·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었다”고 의의를 말했다.

강 이사장은 이산 스님이 1919년 3·1만세운동 전 만해 한용운, 성월, 담해 스님과 만나 논의했다는 기록과 통도사 구하 스님과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 불교에 맞서 민족불교 단체 선학원 창립에도 기금을 기탁했다는 기록도 확인했다.

강 이사장은 현재 김해 소재 (주)원푸드림의 대표도 맡고 있다. 원푸드림은 30년간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 식품을 편의점에 전량 공급하는 식품 제조기업이다. 그는 “그동안 사업에 집중하느라 외조부의 행적 정리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늦었지만 장학재단을 통해 이산 대선사의 인재 양성과 민족교육에 헌신한 삶을 알리고 그 뜻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런 의지로 지난해 12월 명정학교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지난 4월엔 <동아시아 불교문화> 학예지에 ‘이산당 원오 오이산의 교육사상과 실천’이란 논문을 싣기도 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