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식 전 거제시의회 제7대 의장. 부산일보DB
경남 거제남부관광단지가 멈춰선 것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다. 주민의 삶이 멈추고,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지고, 지역소멸의 시계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동·남부면 주민에게 이 사업은 개발이 아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 상권 붕괴를 막을 마지막 생존수단이다. 그래서 주민 모두가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주민 전체가 한목소리로 생존권을 호소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런데도 일부 환경단체는 주민의 절박함은 외면한 채 반대 입장만 되풀이한다. 대안도 없고 타협도 없다.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다.
환경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환경보전이라는 명분으로 주민의 생존권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대안이 있고 보전 방안까지 마련된 사업을 통째로 멈춰 세운다면, 그것은 환경보호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가로막는 행위다. 대흥란은 2006년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처음 발견된 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2급 지정은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했거나 가까운 장래 멸종 우려가 있는 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당시로서는 타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그때와 판이하다. 부산 , 남해, 여수, 고흥 등 남해안 전역은 물론 지리산, 속리산, 강원도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대규모 자생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보호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맞게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생태적 희소성이 달라졌다면 지정 등급도 달라져야 한다. 과학적 재조사를 토대로 관찰종 또는 관리종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실은 바뀌었는데 제도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법은 보호의 도구가 아니라 갈등을 영구화하는 장벽으로 전락한다. 남부관광단지는 바로 그 제도적 경직성이 지역 미래를 어떻게 가로막는지 보여주는 현장이다.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도 대흥란 서식이 확인됐다. 여기에 구렁이, 수달, 나팔고둥 등 다수의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해양보호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군락 이식 등 보전대책 등을 조건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했다. 보전대책을 마련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남부관광단지도 같은 원칙과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추진하면서 주민 생존과 거제 관광산업의 미래가 걸린 남부관광단지는 9년 동안 멈춰 세우는 것이 과연 공정한 환경 행정인가. 국책사업에는 가능한 해법이 지역 민간투자사업에는 불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환경 행정의 기준은 사업의 크기나 주체가 아니라 법과 과학, 일관성과 형평성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과 보전을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소모적 논쟁이 아니다. 환경을 지키고 산업을 살리는 현실적 결론이다. 과학과 기술, 책임 있는 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자연을 지키면서 지역의 앞날도 열 수 있다. 주민은 9년을 기다렸다. 사업자는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내했다. 지역 사회는 수없이 대화와 결단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책임 있는 결정을 미룬다면, 그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책임의 포기다. 환경보호라는 이름으로 과학적 대안과 주민 생존권을 외면하는 것은 진정한 행정이 아니다.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거제시는 일부의 반대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법과 과학적 데이터, 주민의 생존권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놓고 결단해야 한다. 지금 거제에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조사도, 또 한 번의 검토도 아니다. 9년 동안 멈춰선 남부관광단지를 다시 움직일 책임 있는 결단이다. 행정이 결단하지 않으면 사업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가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