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이 고려하는 권력구조 개헌 방향에 대해 “국회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을 시도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해소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가 가진 문제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 한계를 중임제 대통령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므로 내각제는 아니다”라며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특정하거나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개헌은 국회에서 합의로 추진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은 국회의 20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헌은 합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언급한 ‘4년 중임제 개헌’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했다고 밝힌 후 나온 반응이다. 김 의원은 당시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 대통령이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 대통령 비공개 일정과 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개헌과 관련한 설명에 나선 건 이 대통령이 평소 가진 원칙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개헌은 이재명 정부 ‘1호 국정과제’로, 임기 초 국정기획위원회는 개헌 내용으로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에서 언급한 개헌에 대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개헌으로 돌파하려는 ‘탈옥형 개헌’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SNS를 통해 “청와대가 개헌 앞에 ‘분권형’이니,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니, ‘국회권한 강화’니 수식어를 갈아 끼워도 본질은 하나”라며 ‘연임 추진’과 ‘사법 리스크 해소’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포함한 중임제 개헌 의사를 내밀었다가 뭇매를 맞았다”며 “이제 청와대에서 직접 나서 중임제 개헌을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제까지 대통령은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제대로 밝힌 바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 보완수사권 폐지 등 온갖 위헌적 악법을 쏟아내고, 대통령 재판 삭제를 위해 공소 취소와 공소기각도 거리낌없이 밀어붙이려고 한다”며 “이미 무법적인 세력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개헌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 대통령이 ‘연임은 없다’, ‘당장 재판 받겠다’고 약속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의 개헌 논의는 국민적 신뢰도 받을 수 없고, 야당 협조도 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헌법 개정은 대통령이나 특정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꺼내 드는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숙의와 국민적 공감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국가적 중대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의 모습에서는 국민적 합의를 구하려는 진정성보다, 지지율 폭락과 국정 난맥을 돌파하려는 정략적 셈법이 먼저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