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을 찾은 국내외 야구팬들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에 오기 전까지 야구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응원가도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 시안 출신 자이(25) 씨는 부산에서 야구에 입문했다. 처음엔 챗GPT에 규칙을 물어가며 경기를 봤지만, 어느덧 야구팬이 됐다.
바다와 미식에 이어 ‘야구 직관’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로운 부산 여행 콘텐츠로 떠올랐다. 선수마다 이어지는 응원가와 치어리더 공연, 야구장에서 즐기는 부산 먹거리 등 해외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사직야구장만의 문화가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티켓 구매법과 응원문화를 공유하는 게시물까지 등장하면서 부산 야구를 관광상품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롯데 자이언츠에 따르면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2024년부터 사직야구장을 찾는 외국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야구가 익숙한 미국 등 서구권 관광객들부터 상대적으로 낯선 중화권 관광객들까지 부산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사직야구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응원문화다. 미국이나 일본 야구장이 비교적 경기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면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마다 응원가가 있는 데다 관중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경기를 즐긴다. 사직야구장의 ‘먹는 재미’도 한몫한다. 치킨과 닭강정뿐 아니라 회와 밀면 등 부산의 색을 입힌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외국인 관람객의 소비는 유니폼과 구단 상품 구매로도 이어진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MLB 문화와는 다르게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가 많은 게 부산 야구 문화의 특징”이라며 “대만 스포츠 관계자들이 응원문화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 오기도 하고, 국내 치어리더들이 대만에서 활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외 SNS도 부산 야구로 뜨겁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서는 “부산 사직야구장 입장권은 사기 쉬운가요?” “오후 6시 경기 표를 당일 아침에 가면 살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이어진다. ‘#Busan baseball’ 등의 검색어를 통해 사직야구장 방문기를 찾아볼 수 있고, 한국인이 중국어나 영어로 티켓 구매법부터 응원문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티켓 예매 문제는 넘어야 할 장벽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온라인 티켓을 예매하려면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외국인등록번호나 국내 인증 수단이 없는 단기 관광객은 온라인으로 직접 표를 구할 수 없다. 현장 매표소를 찾거나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예매를 부탁하는 방식에 의존해 표를 구한다.
롯데는 디지털 취약 계층 등을 위해 매 경기 전체 좌석의 약 1%인 230석을 현장 판매용으로 남겨두고 있다. 키오스크 주변에는 영어 응대가 가능한 직원 3명을 배치해 외국인의 구매를 돕고 있다. 내년부터는 다국어 이용이 가능한 키오스크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온라인 예매 시 본인 인증 절차는 유지된다.
부산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야구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야구를 ‘특수목적관광’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관광공사 이정실 사장은 “롯데 자이언츠와 관광공사, 여행업체 등이 협력해 야구 티켓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야구 관람과 부산 여행을 결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