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절차 원칙을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에 대통령에게 재제청 요구권을 준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며 ‘위헌’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손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 재제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재제청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은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는 절차적 장치였다”며 “사법부가 관행을 저버린 건 독사법부 독립을 지탱한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란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사실상 재제청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의사도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헌법 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해져 있다”며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 원칙 하에 서로 다른 헌법 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라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볼 때 재제청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조 대법원장이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인 만큼 오늘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에 앞서 청년 예산과 주요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국민주권 원리에 따르면 제청권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임명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에 불과하다”며 “법을 어겨가며 자기 사람을 대법관으로 알박기하기 위한 권한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가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연락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무효화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인사 절차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행위일 뿐 아니라 법원조직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대법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부여한 제청권을 똑바로 행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재제청 요구가 명백한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 권한 행사도 가로막는다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거나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헌법에도, 법원조직법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없는 권한을 만들어 행사하는 것은 헌법의 해석이 아니라 권한의 창설이며 그 자체로 위헌”이라며 “재제청 요구는 국회의 정당한 임명동의권 행사까지 가로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적합한지를 가리는 건 국회 권한이자 책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를 열어 검증하고,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절차를 밟아야 되는 것”이라며 “임명동의안을 아예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가 판단할 기회 자체를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청와대 주장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대법원장을 대통령의 아랫사람으로 여기는 행동”이라며 “사법부와 입법부의 헌법상 권한을 훼손하는 명백한 삼권분립 부정 행위”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