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경질 요구가 거셌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단행한 중폭 개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이 대통령이 쇄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 후속 인사에 인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여당 내부에서조차 확산하면서 개각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사퇴를 ‘꼬리자르기’로 규정하면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취소, 경제 라인의 추가 경질 등을 압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첫 실장급 교체다. 김 실장의 사퇴 배경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초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혼선 등이 거론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 경제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물었지만, 야권에서는 두 곳 장관 후보자 모두 현 차관을 발탁한 데다, 특히 김 실장의 유임을 거론하며 “경제 정책은 1도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김 실장이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국정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부동산 정책 등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인적 쇄신이 불가피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김 실장의 사퇴와 관련, “이 대통령도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으니 일하는 방향 등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며 “정책 집행의 원활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잦아들지 않고 있고, 특히 용 후보자는 여권과 진보 진영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면서 ‘고립무원’ 상황이다.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선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은 이날 용 후보자가 비례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기에 정의당 양경규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을 장관으로 발탁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정부가 할 인사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일단 용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가 주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은 자당 소속인 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극 엄호 태세를 유지했다. 조계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후보자를 ‘공소 취소 장관’이라고 규정한 국민의힘을 향해 “검찰 정상화와 제도 개혁을 위한 적임자에게 온갖 험담과 저주를 퍼붓는 것은 어떻게든 국정 운영을 가로막겠다는 억지”라고 맞받았다.
반면 김 실장의 사퇴에 기세가 오른 국민의힘은 대여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김 후보자 이슈가 묻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재판·공소 취소 이슈를 쟁점화하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의 사퇴에 대해 “김승원 ‘공소취소 장관’ 지명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자 다급하게 또 한 번 연막탄을 던진 것”이라며 김 후보자를 “지명 철회 0순위”로 지목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용 후보자 인선에 대해 “‘총알받이’로 내세워 국민 시선을 끌어놓고 그 어수선한 틈을 타 ‘이재명 인사’들을 조용히 통과시키려는 파렴치한 기만술”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레버리지 ETF 도입 관련 국정조사와 함께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추가 경질도 요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