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대로 하락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의 모습.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자 기업 달러 예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원엔 재정환율도 2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엔화 예금도 22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4일 오후 10시 30분께 1345.0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4년 10월 8일(장중저가 1344.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 1일 고점인 1599.2원 대비로 두 달여 만에 254.2원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달러예금 잔액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769억 8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8월 말 763억 4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역대 최대인 69억 500만 달러 증가했고 이후 3영업일 만에 6억 4300만 달러 더 늘었다.
기업들이 달러 예금을 많이 늘린 것이 주된 원인이다. 3일 기준 기업 달러예금은 633억 200만 달러로, 역시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말 628억 6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60억 8000만 달러 늘었고, 이달 들어 3영업일 만에 5억 달러 증가했다. 환율이 내려가자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늦추거나 달러가 필요한 기업들이 분할 매입에 나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기업이 원화 환전을 미루는 동안 수출 대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달러 예금이 쌓이고, 수입 기업은 적극적으로 달러를 분할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환전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환전액은 9월 들어 3일까지 총 6000만 달러였다. 8월에는 3억 8900만 달러로, 올해 1월(5억 6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달러에서 원화 환전액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 이낙원 FX파생전문위원은 “개인은 7∼8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엔화를 싸게 사두려는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7월 23일 약 1년 8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 밑으로 내려온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원엔 재정환율은 한때 100엔당 853.07원까지 하락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9월 1∼3일 원화→엔화 환전액은 총 63억 엔으로 집계됐다. 사흘 동안의 환전액이 8월 한 달 환전액(282억 3000만 엔)의 22%에 해당한다. 엔화는 개인 수요가 두드러진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일본 여행 수요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1조 1243억 3000만 엔으로 2024년 10월 말(1조 1542억 2000만 엔) 이후 최대 규모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