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공공기관 이전, 경제성장의 기회로

입력 : 2026-09-07 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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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정부가 균형발전과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조치로, 내년부터 중앙행정기관을 순차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고, 최소한의 기관을 제외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한다. 이에 대하여 나눠주기식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되면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OECD는 올해 7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고 지역거점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균형발전을 단순히 지역 간 형평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장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시점이다.

사회과학의 여러 이론에는 하나의 공통된 통찰이 있다. 사회의 어느 한 부분에서 일어난 변화는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다시 처음의 원인으로 되돌아와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뮈르달은 경제와 사회의 격차가 발생하면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현상을 ‘누적적 인과관계’로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지방의 쇠퇴와 수도권의 과밀은 서로를 강화시키는 누적적 인과관계, 즉 순환구조인 셈이다.

수도권 과밀 현상 집적 불경제 초래

지방 쇠퇴와 소멸 비용도 국가 부담

나눠주기식 지역 균형발전 안 돼

지역산업 연관 기관 집적 바람직

2차 이전으로 새 성장축 조성해

성장 선순환 이어지는 계기 만들길

그렇다면 수도권 과밀은 과연 수도권에 계속 이익일까. 수도권 과밀은 결국 수도권에도 비용을 발생시킨다. 집적에는 생산성 향상 등 이익이 있으나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집적의 경제가 집적의 불경제로 바뀐다. 주거비 상승은 장거리 통근과 교통혼잡을 초래하고, 생활비 증가는 삶의 질의 저하로,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증가는 사회적 부담의 확대로 이어진다. 수도권 집중의 편익은 기업과 국가가 얻지만, 과밀의 상당한 비용은 수도권 주민의 주거비와 생활비 등의 형태로 부담한다 할 수 있다. 이 비용은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지방쇠퇴가 심화되면 수도권이 그 부정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역불균형은 국가의 성장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손실로 연결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는 한 지역에 인구를 집중시켜 얻는 효과보다 전국 각지의 인적·물적 자원을 고루 활용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단지 지역 인재 유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재가 지역의 토지·산업·학교·인프라와 결합하여 창출했을 경제적 가치까지 사라지게 한다. 균형발전 정책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국가의 성장자원을 생산에 투입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지방소멸의 비용은 결국 국가 전체가 부담한다. 지역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서 기반시설·행정·의료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구밀도가 낮아지면서 일정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령화가 빠른 지역에서는 의료·복지수요가 증가한다. 그 비용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중앙정부의 지출을 통해 결국 국민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도 지역격차 문제와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을 구조적 과제로 봤다.

결론적으로, 지방소멸은 지역의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데 국가가 유지해야 할 공간과 서비스는 남는 과정이고, 수도권은 그 재정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균형발전의 목표는 서울의 것을 지방에 나누어 주는 데 그치면 안 되고,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수도권에서 공공기관을 빼내 지방에 나눠주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의 목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쇠퇴의 악순환을 끊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역의 성장축을 형성함으로써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와 기업의 압력을 낮추고, 수도권의 과밀비용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공공기관 이전은 1차 이전의 성과를 넘어 수도권 외의 복수의 성장엔진을 만들어내야 한다. KDI의 1차 공공기관 이전 분석은, 혁신도시의 인구·고용은 상당히 증가했으나 제조업·지역서비스업 외에 지속적인 지역성장을 위한 지식기반산업 고용은 유의하게 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 배분 대신 지역산업에 연관된 기관을 집적시키고, 이를 토대로 지식기반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우리 경제는 2% 후반대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성장률만큼 중요한 것은 성장의 효과를 확산시키고, 이로써 다음 성장의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기업의 수출 성과가 당연히 내수경기와 지역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기업과 소비시장을 육성해 성장의 성과가 투자와 고용·소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이 그 주요 방안인 것이다. 지역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더해 국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이 이번 공공기관 이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