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지방도시 직항’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선 허브공항을 거치지 않고 유럽 휴양지를 직접 잇는 항로 개설이 활발하다. 아시아와 호주,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직항 노선도 늘었다. 지방도시 직항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12월부터 워싱턴D.C.~더블린, 암스테르담 노선에 취항한다.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은 하계 스케줄부터 마드리드~토론토 주 5회 운항을 시작했다. 캐나다항공은 2027년 여름부터 토론토와 오슬로(핀란드), 섀넌(아일랜드), 니스(프랑스)를 잇는 대서양 횡단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이들 노선은 에어버스의 최신 항공기인 A321XLR 기종을 활용한 중장거리 노선이다. A321XLR은 에어버스의 인기 기종인 A321neo를 개량한 장거리 협동체(narrow body) 항공기다. 협동체란 항공기 내부 복도가 1개인 소형항공기를 말한다. A321XLR은 최대 항속거리가 4700해리(8704㎞)에 달한다. 최대 항속거리가 3500해리였던 A321neo에 연료탱크를 추가하고 효율성을 높여 거리를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A321XLR처럼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소형항공기의 등장은 항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수익 노선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던 광동체 항공기는 연료 소모량이 많고 공항 착륙료도 비싸서 운항 비용이 많이 든다. 300석에 달하는 좌석 가운데 편도당 200~250명의 승객을 태우지 못하면 적자 운항이 불가피한 구조다. 반면 A321XLR과 같은 장거리 협동체 기종은 광동체와 비교해서 운항 비용을 약 45% 적게 든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100~180명의 승객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장거리 협동체는 허브공항이 위치하지 않은 대도시나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 직항에 최적화된 항공기다. 300석까지는 채울 수 없지만 분명한 장거리 직항 수요가 있는 도시에 신규 노선을 개설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 때문에 A321XLR 제조사인 에어버스는 이 항공기를 ‘신규 노선 개척자(network opener)’라고 부른다.
계절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하는 ‘휴양지’ 노선에도 장거리 협동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존에는 휴양지 장거리 직항은 광동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연중 운항이 불가능했다. 수요가 몰리는 기간에 대형항공기를 투입해 운항하고 비수기에는 운항을 하지 않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장거리 협동체를 투입하면 계절에 따라 수용 변동이 큰 노선도 연중 일정한 운항 스케줄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광객은 항공 운항 일정에 따라 여행계획을 수정하지 않아도 되고 관광 도시도 비수기에 최소한의 관광 수요를 유지하게 돼 전반적인 관광산업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장거리 협동체는 허브공항을 중심으로 노선을 편성해 지방도시 여행자에게 환승을 강요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네트워크 전략을 일부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승객은 직항을 선호하지만 대형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데 필요한 광동체를 채울 승객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폈다. 장거리를 협동체를 운항할 수 있게 되면서 중소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직항(Point-to-Point) 노선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지방 도시를 향하는 승객은 허브공항에서 몇 시간씩 ‘환승 대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허브공항의 병목 현상에 따른 지연도 피할 수 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장거리 직항 확대 기대도 높아졌다. A321XLR의 제원상 항속거리를 적용하면 시애틀(8300㎞), 시드니(8300㎞), 이스탄불(8200㎞), 헬싱키(7400㎞) 등 장거리 직항도 가능하다. 다만 만석 승객, 수하물, 연료 여유분 등을 감안한 실용 항속거리를 감안하면 델리(4900㎞), 두바이(7000㎞), 호놀룰루(7200㎞) 등이 중거리 노선 개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김해공항은 야간운항 제한시간(커퓨타임) 문제로 항공사가 장거리 직항을 운항할 경우 경제성에 한계가 있다. 커퓨 안에서 왕복 운항 스케줄을 만들 경우 항공기가 현지에서 하루를 대기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항공기의 ‘회전율’이 떨어져 항공사로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김해공항은 슬롯(이착륙 횟수)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신규 노선 취항이 쉽지 않다. 결국 가덕신공항 개항으로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이 확보되고 슬롯에 여유가 생겨야 중장거리 직항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항공기술의 발전에 따른 노선 확대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김종우 서울경제부 부장 kjongwoo@busan.com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