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본인과 기본소득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응답을 준비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부적격 논란의 중심에 선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논란에 대해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청문회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역시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의 청문회 강행 기조 아래 후보자들이 일제히 정면 돌파에 나선 양상이다. 마치 짜여진 각본 따라 진행된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의혹들로 여론이 악화하는데도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불통의 태도다.
그 사이에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은 날로 확산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 기존에 의혹이 제기된 제약사 이외에 또 다른 제약사 관련 식약처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 후보자 감싸기 행태도 노골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던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장남의 분당 상가 재산 누락 논란에 이어 본인과 부친의 위장 전입을 통한 철거민 특별분양 의혹까지 추가 폭로됐다. 용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0분에 걸쳐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논란을 조목조목 반박한 후 야당을 향해 청문회 일정을 잡아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자신의 해명을 쏟아낼 기회로 여긴다는 느낌마저 든다.
청와대나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거치자고 한 것이 시시비비를 한 번 가려 보자는 취지라면 모르지만 여론 간보기나 시간 끌기가 될 것으로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청문회만 마무리하고 임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청문회 자체가 일방적인 해명 자리가 될 게 뻔하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없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 들어 ‘무증인 청문회’가 고착됐다는 점이다. 한성숙·김민석 총리 후보자, 정성호·정은경·김은경·정동영·배경훈·최휘영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거대 여당이 버텼기 때문이다. 맹탕 청문회는 국민들에게 공직 검증 제도의 존재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
맹탕 청문회의 결과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져야 한다. 장관 후보자들을 향한 의혹과 논란이 더 강해지는데 도덕성과 자질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 신뢰를 어떻게 얻겠는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와중에 이런 불통 인사는 국정 동력을 깎아 먹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후보자에 대해 결단을 내리고 이런 후보자들을 검증대에 세운 인사검증 시스템을 점검하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여당도 거대 의석을 무기로 검증 절차를 무력화하는 행위가 대통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