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적조 넘기니 ‘청수’ 비상… 남해안 양식업계 또 시름

입력 : 2026-09-21 17: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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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 일대 15km 해역서 발생
굴·가리비 등 폐사 피해 잇따라
올해 태풍마저 비껴가 상황 악화
종패 부족으로 내년 출하도 지장

20일 고성군 삼산면 앞바다 굴 양식장에서 어장주가 ‘산소부족물덩어리’ 피해로 추정되는 굴 폐사체를 건져내 보이고 있다. 20일 고성군 삼산면 앞바다 굴 양식장에서 어장주가 ‘산소부족물덩어리’ 피해로 추정되는 굴 폐사체를 건져내 보이고 있다.
알맹이가 녹아버린 굴 폐사체. 알맹이가 녹아버린 굴 폐사체.

“올여름 어찌 잘 지나나 싶었는데…”

20일 오전 경남 고성군 삼산면 앞바다 굴 양식장. 줄지어 선 부표 사이에 갈고리를 던져 바닷속에 잠긴 밧줄을 끌어 올리자 역한 냄새가 뒤따른다. 다닥다닥 붙은 굴 뭉치 중 열에 아홉은 입을 벌린 채 알맹이를 토해낸 상태다. 얼핏 멀쩡해 보이는 한, 두 개도 까보면 녹아버린 속살이 딱딱한 관자만 남긴 채 슬라임처럼 흘러내린다. 어장주는 “한 열흘 전부터 ‘청수’가 비치더니 이 모양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수는 용존산소농도가 L당 3mg 이하로 떨어지는 ‘산소부족물덩어리’(빈산소수괴) 현상을 가리킨다. 빈산소수괴 발생 해역은 플랑크톤과 미생물마저 사멸해 수심 10m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투명하다. 얼핏 맑고 깨끗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민들 사이에선 ‘죽음의 바다’로 불린다. 양식물이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해 버리기 때문이다.

굴은 딱딱한 껍데기가 알맹이를 보호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온 변화에 둔감하다. 그러나 고수온 환경에 장기간 노출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선 단기간 발생조차 치명적이다.

실제 작년과 재작년 여름 경남 연안 패류 양식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역대급 고수온이 덮쳤던 2024년 경남 전체 굴 양식장 3분의 1에 해당하는 1130ha가 빈산소수괴에 초토화됐다. 지난해도 143개 어가에서 굴과 가리비 44억 9790원어치가 떼죽음했다.

올해도 유사한 흐름이다. 8월 초 냉수대 소멸 이후 한 달 넘게 고수온이 기승을 부리더니 최근 진해만을 중심으로 빈산소수괴가 확산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측 자료를 보면 고성군 당동과 진동 해역에서 용존산소농도가 L당 0.5mg 이하인 산소수괴층이 약 15km 범위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빈산소수괴는 해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여름철에 주로 발생했다가 태풍에 몰고 온 너울성 파도에 바닷물이 섞이면 소멸한다. 그런데 올해는 태풍조차 비껴가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앞으로 저층 수온이 떨어질 경우 수면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과원 설명이다.

피해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고성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자란만 일대 굴 양식장 21곳 54.4ha와 가리비 양식장 11곳 19.9ha에서 빈산소수괴 추정 폐사가 발생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장 보름 뒤면 햇굴 출하를 시작해야 하는 어민들은 울상이다.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남해안은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굴 채취를 이어간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초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피해 어장주는 “추석 지나면 곧장이다. 더 번지면 정말 답이 없다”며 “올해는 괜찮겠지 하고 버텼는데, 3년 내리 이러니 진짜 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푸념했다.

거제수협이 집계한 피해율은 70% 이상, 피해액은 90억 원 상당이다. 겨우 살아남은 것들을 수온이 낮은 해역으로 옮기고 있지만,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다. 수협 관계자는 “이대로는 11월 입식부터 종패난이 예상된다. 종패가 부족하면 내년 출하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고수온 후유증도 계속되고 있다. 19일까지 집계된 경남 지역 고수온 추정 폐사 피해량은 어류 697만 8000여 마리, 전복 143만 8000여 마리, 멍게 3695줄 피해액 276억 9000만 원 상당이다. 수온은 안정권인 25도 이하로 떨어졌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추가 폐사가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