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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관들이 사건의 진실보다 달력을 먼저 들여다봐야 할 상황에 놓였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완수사 기한은 줄어드는데 장기사건 비율과 처리기간은 여전히 성과평가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과 평가까지 ‘겹압박’
지난해 감사원의 ‘경찰청 및 서울·부산경찰청 정기감사’ 보고서를 보면 경찰이 2024년 처리한 보완수사 요구·재수사 요청 등 12만 8785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84.7일이었다. 2023년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 설정된 경찰의 보완수사 처리 기한은 90일이다. 이 가운데 90일 안에 처리된 사건은 68.2%였고, 31.8%는 3개월을 넘겼다. 1년 이상 걸린 사건도 1812건에 달했다.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가 집중되는 부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지능팀의 평균 처리기간은 102일, 통합수사팀은 95.6일이었다. 통합수사팀 사건 가운데 3개월을 넘긴 비율도 37.2%였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보완수사를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끝내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지금도 1개월 안에 마치는 보완수사가 극히 일부라고 말한다. 지역 경찰서 수사관 A 씨는 “현재도 90일이 다가오는 보완수사가 우선 업무가 되면서 신규 고소·고발이나 장기간 추적이 필요한 사건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180일 이상 장기사건 비율과 사건 처리기간도 관서·부서 평가에 반영된다. 이 수사관은 “보완수사 기한과 장기사건 기준을 동시에 맞추려면 수사 필요성보다 마감 순서에 따라 사건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사관 B 씨는 “불송치하면 상대적으로 빨리 사건을 종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불송치의 유혹도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부산경찰의 불송치 사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전체 결정 사건 중 불송치 사건 비율은 22.1%에서 2024년과 2025년 28%대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30%로 높아졌다.
■구속사건, 검경 모두 “시간 빠듯”
새 형사소송법 체제에서 구속사건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순간부터 검경 모두 시한에 쫓기게 된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를 구속한 뒤 10일 안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하고, 검찰도 송치받은 날부터 최장 20일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송치 이후 직접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 구속사건을 경찰에 다시 내려보내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찰의 수사만으로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구속사건은 혐의를 더욱 완전하게 입증한 뒤 기소해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법 시행 이후에는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보완수사 요구가 구속기간을 연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공소청은 최장 20일 안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보완된 기록을 돌려받아 다시 검토한 뒤 증거기록과 결정문을 작성해 기소 여부까지 판단해야 한다. 검찰의 기록 검토와 기소 준비기간을 빼면 경찰에 주어지는 실질적인 보완수사 시간은 20일보다 훨씬 짧아질 수 있다.
수사관 C 씨는 “경찰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를 기피하거나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할 수 있다”며 “기소 부담 때문에 영장 청구가 지연되거나 반려되면 피의자의 신병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사건이 커질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부서 탈출은 지능순?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경찰이 떠안은 구조가 숙련 수사관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경제사건 한 건이 일반 사건 수십 건만큼 손이 가더라도 단순 처리 건수로는 난도가 드러나지 않아 보상이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 그는 “수사부서에서 사건에 매달리다 보면 승진에서 누락되고, 일은 많은데 별다른 이점이 없으니 오래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수사 인력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국의 수사부서 인력을 2000명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수사관 D 씨는 “출산·육아휴직자도 통계상 현원에 포함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건을 맡을 수 없는 인력”이라며 “숫자상 현원이 아닌 실제 근무 가능한 인원을 기준으로 수사 인력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