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회빅 지역에 소재한 글로벌 선급회사 DNV(Det Norske Veritas·노르웨이 선급) 본사 전경. 김경희 기자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선급회사이자, 글로벌 선급회사인 DNV(Det Norske Veritas·노르웨이 선급) 본사는 수도 오슬로 시내에서 차로 40여 분 달리면 도착하는 해안지역 회빅에 위치해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직접 방문한 DNV 본사는 마치 한적한 소규모 대학 캠퍼스를 방불케 했다. 회사 내 해변과 공원, 산책길을 주민들에게 개방한 모습이나 오전 7~9시 출근, 오후 3~5시 퇴근으로 유연하게 열어둔 근무 환경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비결로 와닿았다.
이날 인터뷰는 DNV 모르텐 레뢰 전무 이사(해사 자문 부문 총괄책임자)와 게이르 둑스타드 수석 부사장(선박 선급 총괄 및 기술 이사)이 함께 해주었다. 이들은 모두 DNV 부산사무소에서 2~3년씩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부산에서 온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세계 100여 개 국가 1만 5000여 명의 전문가를 보유한 글로벌 선급
둑스타드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DNV는 1864년 노르웨이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선급 협회이자 글로벌 기술 검증·인증 기관이다.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1만 5000명 이상의 전문가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352억 9100만 노르웨이 크로네(NOK)로, 달러로 환산하면 약 32억 30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4조 5000억 원 규모다.
그는 “150년 전에는 해상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의 DNV는 해양 이상의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탈탄소 전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오일·가스를 비롯, 해상 풍력, 수소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에너지 시스템을 2대 사업 분야로 주력하고 잇다”고 소개했다. 또한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해군 관련 사업과 헬스케어와 식품 분야, 해양법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 검증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 품질, 지속 가능성을 검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NV는 특히 해운 분야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선박의 약 20%가 DNV의 선급을 받고 있으며, 조선·해양 업계의 안전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DNV의 제품 검사나 공장 승인은 해운 비즈니스의 필수 관문으로 꼽히며,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DNV는 많은 인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둑스타드 부사장은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수십년 동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였고 현재도 그러하며, 우리 또한 한국에서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조선업으로 부상하며 가장 큰 건설이 이뤄지는 중국에도 당연히 우리 사무소가 있으며 싱가포르와 그리스, 중동, 북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뢰 전무 이사는 사이버 정보 보안 부문 사업에 투자를 늘린 최근 동향도 소개했다. 그는 “관련된 회사 몇 곳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고, 사이버 보안 기술을 해양을 포함한 전체 사업 분야와 폭넓게 결합해 적용하고자 한다”면서 “사이버 안보 관련 기술 역량을 해양과 결합하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국의 로이드, 미국의 ABS 등과 함께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급회사로 경쟁력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그는 “DNV는 1864년 창립 이래 ‘생명, 자산 및 환경을 보호한다(safeguard life, property and the environment)’는 목표를 지켜왔다”면서 “생명과 직결된 안전을 검증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자 경쟁력이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운업계의 근원적 목적은 안전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보다는 전문성과 역량에 집중하고 있으며, 단순히 배를 넘어 해양에너지플랜트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저명한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 덕분에 고객사들이 우리를 찾는다고 본다”고 답했다.
모르텐 레뢰 전무 이사(왼쪽·해사 자문 부문 총괄책임자), 게이르 둑스타드 수석 부사장(오른쪽·선박 선급 총괄 및 기술 이사)이 DNV 본사 건물에서 기자를 맞아주었다. 김경희 기자
◆해운업계 친환경·탈탄소 전환 주도… “집적·혁신·협력이 중요한 가치”
레뢰 전무 이사는 또 “지난 10년여 간 친환경·탈탄소·자율운항 등의 기술 개발에 투자했고 해양산업에서 수익을 얻었다”면서 “그 성과를 되돌아보면, ‘집적과 혁신, 협력’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DNV는 2000년 세계 최초로 LNG 연료 추진선에 대한 안전 규정(Class Rules)을 제정한 선급이다. 또 같은 해 노르웨이 피오르드에서 운항을 시작한 세계 최초의 LNG 추진 페리 ‘MF 글루트라(MF Glutra)’호의 건조와 연구 개발 및 선급 인증을 전담했다.
또한 자율운항 분야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맡았다. 세계 최초의 완전 무인 자율운항 친환경 컨테이너선으로 꼽히는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d)’ 프로젝트를 비롯해 ‘오션 인피니티(Ocean Infinity)’, ‘리치 리모트(Reach Remote)’ 등 글로벌 핵심 플래그십 자율운항 프로젝트에 공식 기술 파트너 및 디지털 보증 기관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노르웨이 통상산업수산부의 지원과 협력이 있었고, 오슬로의 해양산업계와도 머리를 맞댔다”면서 “우리는 글로벌 신조선 시장 25%를 점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AI를 해운산업과 연결지어 기술 발전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 연간 매출의 6%를 무조건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관련 생태계 확대 차원에서 회사 밖 연구소와 대학에도 기술 개발 투자를 한다”고 전했다.
둑스타드 부사장도 “우리는 해운 분야에서 친환경 연료의 전환과 도입을 가속화하고 지원하려면 전체 생태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식했다”면서 해양산업 전체 생태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주-포워더(물류주선업)-해운선사-항만·터미널 운영사-수취인(도착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해운 가치 사슬(해운 밸류 체인·Maritime value chain)’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참여해왔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들 이해관계자가 친환경 연료 도입을 수용하도록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전체 생태계와 협력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글로벌 해운업계의 친환경·탈탄소 흐름을 북유럽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DNV 또한 혁신과 협업을 위해 ‘녹색 해운 회랑(Green Shipping Corridor)’ 프로젝트에 동참해 왔다고 소개했다.
‘녹색 해운 회랑’은 단순히 친환경 선박을 몇 척 띄우는 차원을 넘어, 출발지 항만부터 목적지 항만까지 이어지는 전체 해상 경로의 모든 해운 가치사슬을 친환경·디지털로 전환하는 거대한 초국적 협력 사업이다. 한쪽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양국 혹은 그 이상의 지역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동시에 바퀴를 굴려야 성립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손을 맞잡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레뢰 전무 이사는 DNV가 개발해 운영 중인 글로벌 친환경 대체연료 데이터 플랫폼 ‘Alternative Fuel Insight(AFI)’를 소개하며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개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AFI 개방형 플랫폼은 단순한 통계 자료실이 아니라, 글로벌 해운 시장의 친환경 전환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맵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AFI를 통해 어떤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을 얼마나 발주했는지, 운항 중인 대체 연료 선박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선종별·지역별 추적이 가능하고, 주요 항만의 벙커링(연료 공급) 인프라 구축 현황과 글로벌 지속 가능 연료의 생산 프로젝트 현황도 파악할 수 있다.
레뢰 전무 이사는 “연료 공급업체들은 자신들이 공급하는 연료에 대한 수요가 확실해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고, 반대로 연료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필요한 연료가 어디서 공급되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운항 선박과 현재 발주돼 곧 인도될 선박 정보를 포괄하는 포털(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이 과정에서 규정과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규정과 표준을 제공하는 회사로서 우리가 역할과 지원을 했다”고 덧붙였다.
해안가에 위치한 회사 내 해변과 공원, 산책길을 주민들에게 개방해 여유로운 정취가 묻어나는 DNV 본사 모습. 김경희 기자
◆“조선·항만·기술 가진 부산, 해양 지식·자본 생태계 강화 필요”
둑스타드 부사장은 노르웨이와 오슬로의 강점을 정부의 지원과 국가 전체의 결합으로 분석했다. 그는 “오슬로에서는 DNV 같은 선급, 해양 금융, 선주사, 선박 관련 기술 개발 활동 등이 이뤄지고, 노르웨이 서부지역에는 기자재 제조업체들과 많은 해양플랜트 업체들이 있으며, 콩스베르 시에는 세계적 국방·해양·항공우주 그룹 콩스베르 그룹(Kongsberg)도 물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의회가 2003년 6월에 당시 오슬로에 있었던 해사청을 서부지역 하우게순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의결해, 2006년 본사 이전이 완료된 사례를 들며,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분산 및 ‘탈중앙화 정책(Decentralization Policy)’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수도 오슬로에 과도하게 집중된 행정 권력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노르웨이 해사청이 본사를 옮긴 하우게순을 비롯한 노르웨이 서부 해안은 석유·가스 배후 산업과 조선업, 해운업이 극도로 발달한 해양 산업의 실질적 중심지로, 행정을 현장과 가까운 곳으로 배치해 현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둑스타드 부사장은 “노르웨이의 LNG 선박 개발이나 탈탄소화는 모두 정부 지원의 결과물이며, 산업계 또한 이를 뒷받침하며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다”면서 “며 “결국 오슬로의 힘은 정부 지원에서 나오며, 정부를 포함한 해양 클러스터 내 모든 이해관계자와 국가의 결합이 핵심”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부산에 대해서는 “필요한 모든 것이 있지만, 그걸 더 강화시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산에는 환상적인 선박 건조 역사가 있고, 이는 해양 클러스터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동력”이라고 짚었다. 또 “잘 갖춰진 조선기자재 제조업 생태계에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을 결합시키고, 자동차 공장과 로봇산업의 기술도 접목해, 해양산업을 넘어선 미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항만 분야 또한 물류 효율화가 핵심이므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레뢰 전무 이사는 DNV가 2년마다 발행하는 ‘선도 해양 도시(Leading Maritime Cities)’ 보고서를 바탕으로 오슬로와 부산을 비교했다. 여기에서 부산은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반경 120km까지의 지역을 포함한 것으로 경남 거제와 울산까지 아우른다. 2024년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슬로는 종합 5위, 부산은 종합 10위로 선정됐으며, 다음달 12일께 2026년 최신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는 “오슬로는 회사들 간에 Openess(개방성), Trust(신뢰) 그리고 Information sharing(정보 공유) 같은 평가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런 면들이 노르웨이 클러스터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서 게이르 부사장이 언급했던 ‘그린 해운 프로그램(Green Shipping Program)’을 다시 한번 좋은 사례로 들었다. 그는 “노르웨이 내 약 150개 기업이 참여하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 프로젝트는 국가적 친환경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기업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목표를 재점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되므로 클러스터는 이를 통해 더 강력해지며, 오슬로가 해양도시로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봤다.
또 “여러 이해관계자 간 협력은 어떠한 아이디어를 연구 및 시험단계에서 상용화 및 투자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은행으로부터 받는 투자, 상당한 규모의 노르웨이 선단(fleet), 증권시장에서 해양부문 자산의 활발한 거래 또한 오슬로가 높은 순위로 선정되는 데 큰 부문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산은 이미 항만, 조선, 그리고 해양기술 분야에서 매우 강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면서 DNV가 가진 방대한 해양도시 관련 자료를 통해 부산의 강점과 약점, 변수와 기회, 위협이 무엇일지 살펴본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는 “부산에게 기회 요인으로 두드러질 수 있는 분야는 상업 및 해운 부문이며, 특히 선박 소유와 관리, 운영 측면에서 국제적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해양금융 분야, 특히 글로벌 은행과 투자사, 보험사, 로펌, 선박 중개인, 해양 자문사 등을 적극 유치해 부산이 가진 강점 분야(항만, 조선, 해양기술)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같은 스마트 항만 기술을 확대 도입해야 하고, 항만 운영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항만 생산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투자 효과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레뢰 전무 이사는 마지막으로 “해양 관련 정부부처를 부산으로 옮기는 한국 정부의 지원도 부산의 성장을 한층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산업계와 정부 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은 해양 도시의 빠른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슬로(노르웨이) 글·사진=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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