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글씨’ 전시한 유홍준, “부끄럽고 뉘우친다”

입력 : 2026-10-19 14: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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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위자 글씨를 애국지사로 소개
“내가 서예사 전공자라서 확신” 해명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애국지사 글씨로 소개했다가 친일파 글씨로 뒤늦게 드러난 유물과 관련해 연구자로서 확신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 관장은 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에 대해 감정을 받은 적 있냐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질의에 “나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라서 확신했다”고 말했다.

유 관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처음에 ‘일반시국은’ 유묵을 내놓으면서 내 소장품이라고 밝히지 않은 것은 내 개인 자랑이 될까 봐 안 했다”며 “이후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진 뒤에는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다. 부끄럽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유 관장은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사랑과 자랑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실수와 죄책감은 현재형으로 남는다고 했다”고 인용하기도 했다.

‘일반시국은’ 유묵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7월 열린 ‘우리들의 밥상’에서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힌 서명을 바탕으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외부 제보를 거쳐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박중양의 글씨로 확인됐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해당 유물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경매에서 유묵은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으며, 시작가 1만 원에 출품돼 5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유 관장은 전시품을 내면서 작성한 ‘출품 동의서’에 기재된 보험 평가액과 관련해서는 “‘일반시국은’ 유묵의 경우 30만 원”이라고 밝혔다.

보험 평가액은 파손·도난 등 사고에 대비해 받을 수 있는 한도 금액이다. 유 관장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 보고에 앞서 국민과 박원근 지사와 유족,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에게 사과하며 두 차례 머리를 숙였다.

유 관장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로 잘 알려진 미술사학자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와 성균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이후, 한국 문화유산과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미술사학자로서 주로 활동해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