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미래기금 졸속 독단입법 내부자료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법안을 두고 입법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가 일부 조문에 대해 삭제·수정 의견을 냈지만 법안은 기획예산처 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경부 내부게시판에는 기금 운용을 우려하는 공무원의 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져,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입수한 재경부의 검토의견과 내부게시판 호소문을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재경부는 지난 8월 27일 기획예산처의 요청에 따라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재경부는 미래대응기금법의 조문 7건 삭제와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조문 3건 수정을 요구했지만, 한 건도 반영되지 않았다.
재경부가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조항이다. 기획예산처 안은 미래대응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을 거치지 않고 다른 기금에 여유자금을 직접 맡기거나 다른 기금의 여유자금을 직접 받아 올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각 기금의 여유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중심의 재정관리 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또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국채상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재경부 장관을 초과세수 사용 주체로 정하자는 국가재정법 수정 의견도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재경부의 우려에도 기획처가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하면서 내부 반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재경부 내부게시판 ‘공감소통’에는 지난 8월 28일 ‘진짜 미래대응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재정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미봉책”이라며 “어떻게 쓸까부터 궁리하는 기금은 미래대응기금이 아니라 미래소멸기금”이라고 꼬집었다.
공무원들의 우려에도 법안 처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구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재경부가 수정을 요구한 지 사흘 만인 8월 30일 경질 통보를 받았고, 이틀 뒤인 9월 1일 미래대응기금법은 기획예산처 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입법예고 일주일 만이다. 박 의원은 “정치인 출신인 기획예산처 장관은 상급자인 경제부총리의 경고를 짓뭉개는 하극상을 벌여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박 의원은 기획예산처에 재경부 요구 10건을 거부한 경위와 청와대 보고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미래대응기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국회의장에게는 관련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원은 “162조 원 규모의 기금이 심사 기한에 쫓겨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 무작정 통과돼선 안 된다”며 “우리 청년의 미래를 소멸시키는 미래대응기금을 전면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