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상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시민들은 북항의 이름을 따 이 상어를 ‘부캉이’라 불렀다. 그 뒤의 풍경은 우리 모두가 기억한다. 평소 하루 2000명 남짓 찾던 공원에 한 달여 동안 160만 명이 넘는 발길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난간에 기대어 오래도록 물을 바라보았다. 지느러미가 드러나면 환호했고, 큰 바다로 돌려보내려는 시도가 번번이 무산될 때마다 함께 안타까워했다. 상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두려움보다 반가움과 염려에 가까웠다.
바다와 사람을 잇는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 장면 앞에서 북항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다시 떠올렸다. 올해로 개항 150년을 맞은 부산항의 역사는 북항에서 시작되었다. 1876년 문을 연 이 항구는 한 세기 넘게 이 나라의 산업화와 수출을 떠받쳤다. 그러나 그 대가로 도시는 바다를 잃었다. 부두와 컨테이너 야적장, 철길이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서면서 원도심은 바다와 멀어졌다.
전환점은 2006년 신항의 개장이었다. 물류 기능이 신항으로 옮겨 가면서 북항의 오래된 부두들은 하나둘 제 쓰임을 잃었다. 부산은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였다. 2008년 북항 1단계 재개발이 시작됐다. 목표는 옛 항만을 세계적인 해양관광·문화 공간이자 시민의 친수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항만에 가로막힌 원도심을 다시 바다와 잇고, 백 년 넘게 일터로만 쓰이던 바다를 시민의 일상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이었다. 2015년 국제여객터미널을 시작으로 문화공원과 보행데크, 친수공원과 경관수로, 마리나가 차례로 들어서며 그 약속은 하나씩 모습을 갖춰 왔다. 지금 추진 중인 2단계 사업 역시 원도심과의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도시를 목적으로 내걸고 있다.
지난 20년 가까이 북항은 새로운 공간을 빚어내기 위해 쉼 없이 고민해 왔다. 랜드마크 부지와 상업 블록의 쓰임을 두고 여러 차례 계획을 다듬는 사이, 친수공원과 수변공간이 하나둘 시민 곁으로 다가왔다. 그 노력 덕분에 우리는 부캉이를 보기 위해 바다 곁 난간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난간 앞에 모인 사람들은 이제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하나의 실마리를 보여주었다. 부산은 그동안 바다를 배경으로 보여주는 데, 이른바 ‘오션뷰’에 익숙했다. 그러나 이번에 시민들이 반가워한 것은 상어 한 마리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경험에 마음을 연 것이 아닐까.
부캉이를 기억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캐릭터 공모와 기념 상품이 뒤따랐고, 조형물 이야기도 오간다. 시민들이 함께 나눈 특별한 만남을 기억할 상징을 만드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북항을 떠올리는 즐거운 이름이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기념이 오래 의미를 지니려면, 그 기념이 가리키는 경험이 북항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조형물 앞에 선 사람이 그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직접 만나고 누릴 수 있을 때, 그 조형물은 추억을 넘어 북항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항 개발의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 보는 일이다. 바다 생물을 구경거리로 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캉이에게 좁은 수로는 머물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필요한 것은 시민이 바다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물 위에 나가 북항을 바라보는 일, 배가 드나드는 항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일, 150년 항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 해양수산부 신청사가 들어설 이곳에서 바다의 연구와 정책을 시민의 언어로 만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려면 무엇을 지을지에 대한 계획만큼, 그 경험을 꾸준히 이어 갈 콘텐츠와 사람, 운영의 계획이 함께 그려져야 한다. 부산시는 내년 관광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고, 북항 2단계 사업도 본격화를 앞두고 있다. 지금이 그 방향을 정하기에 좋은 때다.
북항 재개발에는 세계를 맞는 관문, 해양산업과 미디어가 모이는 거점, 원도심과 함께 사는 도시라는 여러 꿈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150년 동안 항만에 내주었던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끊어졌던 도시와 바다를 다시 잇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부캉이를 보러 이어진 160만 명의 발길은 그 약속이 왜 필요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바다를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그 만남이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바다가 건강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한때의 화제로 소비되는 바다가 아니라 오늘의 시민과 다음 세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바다, 그 지속가능한 바다를 지키고 가꾸는 일까지가 ‘바다를 돌려준다’는 말의 온전한 의미일 것이다. 조형물을 세우든 축제를 열든, 그 모든 일이 한 방향을 향할 때 북항은 비로소 완성에 다가갈 것이다. 개항 150년, 부산이 다음 150년을 향해 다시 새겨야 할 것은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던 북항의 처음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