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줄어 괜찮나 했더니… 입주 잔금 못 구해 발 동동 [벼랑 끝 지역 부동산]

입력 : 2026-10-27 18: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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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집 처분 못 하고 대출 막혀
이미 분양받고도 미입주 수두룩
잔금 못 받은 건설사들 비롯해
연쇄적으로 자금 막히는 악순환
계약금만 낸 고분양가 아파트
입주 시기 닥치면 엄청난 부담

부산 아파트 단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아파트 단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준공 후(악성) 미분양’이 지난 7월 말 기준 역대 최고로 정점을 찍은 뒤 매달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미 분양된 집이라 해도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못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표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대출이 막혀서인데, 연쇄 반응으로 건설사는 준공 이후에도 잔금을 받지 못하니 PF대출을 갚지 못한다. 하도급 공사업체에도 공사대금을 주지 못해 지역에서 자금 흐름이 막혀버리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분양이 끝 아니었다, 입주가 안 된다

부산 남구 A아파트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입주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100여 세대의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0여 세대가 잔금을 치르지 못했지만 최근 일부 손바뀜이 일어나며 잔금과 지체선금 납부가 다소나마 이뤄졌다. 일부는 아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위변제로 계약해지로 이어질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살던 집이 안 팔리는 것도 결국 살 사람이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대출이 안 되니 어렵고, 세입자를 구하는 문제 또한 대출과 관련이 깊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잡자고 지방까지 때려 잡으니 지방만 죽어난다”고 일갈했다.

부산 해운대구 B아파트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여 세대로 크진 않지만, 분양이 거의 다 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지난 6월 입주가 이뤄졌는데도 상당수는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양대행만 했지만 이제 입주대행 수수료에 입주 축하금까지 나가는데도 들어오지를 않는다”면서 “해결이 안 되면 계약해지와 할인분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누군가 할인분양을 하면 너도나도 할인분양을 하게 되고 잔금을 안 치르는 악순환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분양자들 또한 계약금을 잃는 것은 물론 신용에도 문제가 생기고, 건설사 자금 경색은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으로 이어진다. 만일 이들 업체들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이를 다 떠안아야 해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입주대행업체들은 주로 제2금융권 등으로의 대출 갈아타기 등을 알선하며 급한 불을 꺼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부산 강서구 C아파트, 수영구 D아파트 등도 마찬가지로 최근 입주시기가 도래한 상당수 아파트에서 비슷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대출 안 되고 집도 안 팔려

실제로 27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2.6포인트(P)로 나타났는데, 부산의 입주전망지수는 68.4P로 세종을 포함한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전달 대비해서는 11.6P가 하락했다. 전국 시도를 다 따져봐도 부산은 제주(56.2P) 다음으로 낮아 최하위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108.3P로 전월 대비 17.7P가 상승했고, 경기도 97.2P로 전월 대비 10.2P가 상승했다. 지난달 부산보다 지수가 낮았던 인천도 이달에 반등해 89.2P를 나타냈다.

입주전망지수는 연구원이 지수를 개발해 매달 조사하는 것으로 이번 달 대비 다음달의 입주물량, 입주실적, 입주율, 대출여건, 기타 입주리스크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물어 산출한다.

또한 9월 수분양자의 미입주 사유는 △잔금대출 미확보(37.0%) △기존 주택매각 지연(31.5%) △세입자 미확보(14.8%) △분양권 매도 지연(5.6%) △기타(11.1%)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분양자 미입주는 향후 몇 년 후 더욱 심각한 상태가 돼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입주 시기가 된 아파트의 경우 그나마 분양가가 낮았던 시기 분양된 것들이라면, 한참 ‘하이엔드’ 바람이 불었던 시기에 분양된 고분양가 아파트들의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하이엔드 고분양가 아파트들의 경우 계약금 5000만 원만 내면 입주 시까지 내야 할 돈 0원, 페이백 등 여러 프로모션을 써 가며 분양에 나섰는데 연봉 4000만 원대인 사람이 19억 원짜리 집을 분양 받는 걸 봤다”면서 “나중에 2029~2031년 입주 시기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20%가 돼도 안 팔릴 수도 있고 지역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