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대학가 외국인 유학생 급증, 정주 방안 고심해야

입력 : 2026-10-27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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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다 증가 불구 지역 취업·정착 난관
지역 인재 키워 부산 미래 함께 설계해야

부산의 외국인 유학생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에도 부산에서 일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 할랄 박람회에서 한국 식품과 화장품 등을 해외 바이어와 방문객들에게 홍보하는 부산 유학생 출신 누룰 아나스타샤(29·사진 가운데) 씨 모습. 본인 제공 부산의 외국인 유학생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에도 부산에서 일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 할랄 박람회에서 한국 식품과 화장품 등을 해외 바이어와 방문객들에게 홍보하는 부산 유학생 출신 누룰 아나스타샤(29·사진 가운데) 씨 모습. 본인 제공

국립부경대로 유학해 온 인도네시아 출신 누룰 아나스타샤 씨도 결국 탈부산 행렬에 합류하고 말았다. 산업·데이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지역에 정착하려 했지만 취업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해 서울로 떠났다. 부산의 대학가는 K푸드, K팝 관련 학과 신설과 취업 연계를 내세워 해외에서 신입생을 유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사상 최대 규모로 외국인 학생이 몰려들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 취업하고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문턱에 가로막히는 게 현실이다. 유학생 유치 규모를 늘리는 데서 나아가 지역 취업과 정착이라는 질적 성과를 거둘 때다. 그러려면 부산에 머물고 싶어도 떠나야 하는 이유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올해 부산 각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은 2만 4328명에 이른다. 2022년 9871명 대비 146.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천(98.2%), 대구(51.0%), 대전(48.2%), 서울(28.8%) 등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대학의 유치 활동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 쾌적한 환경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은 타당하지만, 큰 틀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이 높아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부산연구원 조사에서는 유학생의 56%가 졸업 후 한국 체류를 희망했다. 그중 81.7%는 부산 정착을 원했다. 하지만 전공에 맞는 일자리와 현장 경험 기회의 부족, 한국어 장벽, 복잡한 체류 자격 변경 절차로 좌절하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

지난달 경성대 유학생 파힘 씨는 ‘외국인 유학생 일경험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재학 중 현장실습으로 경험을 쌓다가 정규직 엔지니어로 전환된 사례다. 부산시와 대학은 이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국립한국해양대가 조선해양기자재조합과 취업박람회를 열어 일대일 면접 기회를 제공하는 등 각 대학은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도 지난 2월 통합 지원 허브를 열어 취업과 비자 상담, 한국어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방향은 옳지만, 늘어난 취업 수요를 감당하는지 점검할 때다. 대학과 기업의 구인·구직 정보를 통합 제공하거나 면접과 채용이 상시로 이뤄지는 체계도 검토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정주 여건을 마련하려면 우선 취업 여부, 근무 지역, 고용 유지 실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지원의 빈틈을 찾고 예산의 효과도 따질 수 있다. 비자 제도 개선도 지역 산업의 인력 수요를 근거로 추진해야 한다. 안정적인 주거와 의료·생활 상담도 정착의 필수 조건이다. 유학생을 대학의 충원 자원이나 기업의 저임금 인력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전공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유학생이 부산을 선택한 데서 만족할 때는 지났다. 부산에서 배운 인재가 부산에서 미래를 설계하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도시의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