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원한 오른팔’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고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빈소에 진영과 계파를 넘어선 정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마지막까지 끊이지 않았다. 원로들은 양보하고 합의했던 옛 시대를 떠올리며 지금 정치가 안타깝고 각박하다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대화와 희생 없는 정치권 세태를 꼬집으며 “어른들이 지금 정치를 보면 한심할 것”이라거나 “어른들 정치가 부럽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
지난 24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최 전 장관 영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덕룡 김영삼센터이사장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이 공동장례위원장 자격으로 조사(弔辭)를 맡았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영결식에 참석했다.
6선 국회의원이자 상도동계 거목이었던 고인은 한국 민주화 운동과 문민정부 출범에 기여했고, 부산·울산·경남(PK)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울산의 광역시 승격을 이끌었고, 부산시청과 법원·검찰 청사가 연제구에 들어서도록 주도한 인물이다.
고인의 빈소에는 여야와 세대를 넘은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정대철 헌정회장과 상도동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안경률 전 의원 등이 조문객을 맞았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유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원로들은 최 전 장관이 활동한 시절을 떠올리며 갈등과 반목을 이어가는 현재 정치권에 고언을 던졌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측근이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지난 26일 조문 후 “(최 전 장관이) 나하고는 ‘형님, 아우’하는 관계로 살았다”며 “최형우 동지는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가장 용맹 있는 정치 투쟁가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서로 하다 보니깐 양쪽으로 갈라선 것은 있지만,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갈라서더라도 싸운 일은 없다”며 “항상 협력하고 서로 절충하고 같이 점심 먹어가면서 의견 나누고 아주 친형제처럼 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를 보면 이래선 안 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서로 양보를 해야 한다. 의견을 절충해서 합의를 봐야지 그것이 없으니깐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권 거물들은 전날에도 최 전 장관을 회상하며 쓴소리를 던졌다. 상도동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과거 군부 독재 시대 때 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때는 정말 칠흑 같은, 깜깜한 밤 같은 상황이었다”며 “고인이 그 누구보다 돋보이게 강한 리더십으로 우리 진영을 버티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신 그런 분이셨다”고 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민주당 김 대표에겐 “그때(민주화운동 시절)는 동교동하고 상도동이 한 가족이었는데, 지금은 진영이 갈라져서 훈훈한 정들이 없어지고 정치가 너무 각박해졌다”고 말했다고 했다.
기자 시절 취재원으로 최 전 장관을 만났다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금 여야는 원수 중의 원수”라며 “상도동은 경쟁하면서 협조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 어른들이 지금 정치를 보면 무지하게 한심할 것”이라며 “저렇게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왜 저렇게들 할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낮에는 경쟁하다가 저녁에는 술도 먹었고, 대선할 때 경쟁했지만 지나고 나면 다시 ‘형님, 동생’이었다”며 “지금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하는데 그런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선배 정치인들은 공통적으로 갖고 계셨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여야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취재진 질문에 “어른들의 정치가 부럽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어찌 보면 그게 정치의 본령인데, 지금 어색해 보인다는 것은 우리 정치가 제 자리에 안 서 있다는 이야기”라며 “보수적 가치, 진보적 가치를 지닐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사회라는 이 엄연한 공동체의 앞날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안 지고, 상대편에 대해 비난만 한다면 정상적인 정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에 절박했던 어른들과 달리)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떠들고 상대편을 증오해도 잃어버릴 게 없다”며 “희생을 안 하는데 그래가지고 어떻게 공동체에 도움이 되나”라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의 빈소에는 지난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 정의화 전 국회의장뿐 아니라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 신경식·장영달·이부영·박석무·조익현 전 의원 등 원로 정치인들 조문이 이어졌다.
전날인 25일엔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원조 ‘친노(친 노무현)’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허태열 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전 부산시장인 문정수 4·19혁명공로자회 회장 등 동교동계, 친노·친박(친 박근혜)계 정치 원로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YS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