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디수산이 설계부터 시공 관리, 운영까지 총괄한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세계 최대 규모 새우 스마트 양식장. 에이디수산 제공
이두현 (주)에이디수산 대표
우리가 먹는 새우 한 마리에는 얼마나 많은 자연이 필요할까요? 식량 생산의 미래는 더 넓은 땅이 아니라, 더 똑똑한 시스템에 있을지도 모른다.
새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물과 공간이 필요하며, 부산물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식량 수요가 늘어나는 시대에 생산량을 확대하면서도 자연에 주는 부담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에이디수산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실내 스마트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창 양식장에서 기술을 실증하며 확인한 것은 양식의 경쟁력이 단순히 시설을 구축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수질과 용존산소, 수온, 먹이 등 새우의 생육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 기반 양식은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 결과를 실제 운영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양식 현장의 경험을 결합하면 생산 환경을 더욱 정밀하게 관리하고, 재현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무환수양식은 물을 외부로 배출하고 교체하는 대신 시스템 내부에서 수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물 사용과 배출수 관리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물을 교체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친환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수질 안정성과 생물의 건강은 물론 에너지 사용과 운영비까지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국내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에이디수산은 아부다비의 국영 지주회사 ADQ와 UAE 현지 육상 새우 양식 실증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사업을 추진하며 해외 진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기후와 물 여건이 까다로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데 한국의 스마트양식 기술이 기여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물론 현지 생산성과 경제성은 실증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한국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을 넘어 연구와 실증, 인재 양성을 연결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노르웨이의 Nofima다. Nofima는 양식과 수산 분야를 비롯해 식품 연구를 수행하는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다. 연구와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체계는 수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다.
부산에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글로벌 새우 R&D·실증 및 인재양성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양식 조건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생산 데이터를 축적하며, 국내외 연구기관과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거점이다. 여기에 전문인력 교육과 해외 진출 지원을 결합한다면 부산은 글로벌 새우 스마트양식의 연구와 실증을 이끄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글로벌 표준은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현장에서 검증한 기술과 축적된 데이터, 안정적인 운영 성과, 이를 다룰 전문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기업과 연구기관의 역량을 연결해 이러한 센터 조성을 지원한다면, 국내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발전시킬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식시설과 데이터, 운영 기술을 통합해 세계 시장을 이끄는 한국 기업, 이른바 ‘새우의 삼성’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 인재 확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쌓여야 한다. 공공이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이 기술과 사업성을 증명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새우 한 마리를 생산하는 방식의 변화가 식량 산업 전체를 단번에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에 자연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데이터를 통해 생산환경을 이해하고, 기술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실제 성과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 혁신이다.
우리가 먹는 새우 한 마리에는 얼마나 많은 자연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은 결국 식량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더 넓은 땅을 확보하는 대신 더 똑똑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표준으로 발전시키는 것. 부산에 조성될 글로벌 새우 연구·실증·인재양성 거점이 K양식기술의 세계화를 이끌고, 미래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의 새우 기업을 탄생시키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