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도시의 혁신] 노르웨이, 정부 혁신 의지·해양산업 생태계 유기적 결합이 큰 경쟁력

입력 : 2026-10-28 18:12:01 수정 : 2026-10-28 18: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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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작지만 강한 해양지식산업 도시, 노르웨이 오슬로
국가 종합 전략 ‘Maritim21’ 기술 연구-실증-시장 상용화 연결
막대한 인센티브·해양 금융 저변·산업 클러스터가 생태계 작동
오슬로 도심 3개 축의 해양 클러스터 존재 “일상적 협력 가능”

노르웨이 오슬로 중앙역과 인접한 항만재생 지역 비외르비카·바코드 일대를 오페라하우스 지붕에서 내려다봤다. 최신 사무공간과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노르웨이 최대 금융그룹 DNB를 비롯해 선주협회, 보험사, 중개사, 투자은행 등 해양 금융업계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중앙역과 인접한 항만재생 지역 비외르비카·바코드 일대를 오페라하우스 지붕에서 내려다봤다. 최신 사무공간과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노르웨이 최대 금융그룹 DNB를 비롯해 선주협회, 보험사, 중개사, 투자은행 등 해양 금융업계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중앙역과 인접한 항만재생 지역 비외르비카·바코드 일대. 김경희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 중앙역과 인접한 항만재생 지역 비외르비카·바코드 일대. 김경희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 비외르비카·바코드 지역 내 한 건물 입주사 안내판. 이 건물에 선주협회, 보험사, 중개사, 투자은행 등 해양 금융업계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 김경희 기자 노르웨이 오슬로 비외르비카·바코드 지역 내 한 건물 입주사 안내판. 이 건물에 선주협회, 보험사, 중개사, 투자은행 등 해양 금융업계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 김경희 기자

‘청량한 공기, 아담한 도시, 정돈된 항구, 깨끗한 바닷물.’

북유럽 해양국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첫 인상이다. 부산(약 771.3㎢)보다 절반가량 적은 면적을 가진 오슬로(약 426.4㎢)는 인구 수 또한 부산(322만 명)의 25% 정도인 73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도시가 만들어내는 경제 규모에서는 판이 바뀐다. 인구가 많은 부산은 지역내총생산(GRDP)이 약 850억~950억 달러 규모로, 오슬로(약 740억~800억 달러)를 상회하지만, 1인당 GRDP는 오슬로가 약 7만 2000~8만 4000달러 선으로, 부산(약 3만 3000~3만 8000달러)보다 2배 이상 높다. 북해 유전을 기반으로 한 노르웨이의 강력한 국부펀드와 해양 금융, 고부가가치 IT 산업을 기반으로 한 오슬로가 항만 물류와 전통 제조업 기반을 가진 부산보다 높은 개인 소득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친환경 혁신 의지와 민간의 공감대

유럽은 오랜 해양 역사를 바탕으로 해운과 조선 등 해양산업 전반에 풍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덕분에 해사 정책 수립, 국제 규정 및 표준 개발, 선급, 금융, 보험, 연구 네트워크 구축 등 해양 생태계가 탄탄하게 연결돼 있다. 노르웨이 또한 특정 기업이나 기술이 아니라, 정부의 전략·지원, 해양 산업계 전체의 유기적 결합이 큰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노르웨이는 정부의 혁신 의지가 큰 동력이 됐다. 2022년 완성한 해양 산업 연구·개발 및 혁신(RD&I)을 위한 국가 종합 전략 ‘Maritim21’은 해운과 조선뿐 아니라 기자재·서비스, 수산·양식, 해양에너지, 연구개발까지 해양산업의 범위에 포함시켜 산업간 시너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했다.

전략 수립 주체도 산업계, 학계, 관련 기관, 사용자 단체, 노조 등으로 폭넓게 구성해 정부의 일방 주도가 아닌 현장이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해양 분야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연구개발에서 실증과 상용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조선해양 분야 전문가들의 비영리 네트워크 단체, 한유럽조선해양전문가협회(EKMOA·Europe-Korea Marine and Ocean Engineers Association) 권배준 회장은 “이러한 구조는 새로운 기술을 연구실에만 머물게 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르웨이에서는 선주가 운항 상의 문제와 수요를 제시하면 대학과 연구기관, 설계사, 기자재 기업, 조선소와 선급이 함께 해결책을 개발하는데, 이는 정부의 지원제도와 규제 체계가 실증을 뒷받침하도록 움직이는 시스템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르웨이는 ‘2050년 저탄소 사회(Low-Emission Society)’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영 공기업 에노바(Enova SF)를 통해 막대한 기후에너지 기금을 기술의 실제 시장 도입과 투자 리스크 경감에 집중한다. 노르웨이 해양기술센터,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NUTU), 신테프 오션(SINTEF Ocean) 등은 해양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지원한다.

여기에 민간이 호응하면, 세계 최초의 100% 전기 추진 자율운항 컨테이너선 운항이라는 결과물도 나올 수 있다. 2024년 8월 오슬로에 문을 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유럽센터 박철수 센터장은 2021년 12월 운항에 성공한 ‘야라 비르켈란(Yara Birkeland)’호 사례를 들었다. 그는 “노르웨이의 비료기업 야라 인터내셔널과 글로벌 방산·해양 기술기업 콩스베르그가 협력하고, 특수선박 전문 조선업체 바드(VARD)가 건조했으며, 국영 기업 에노바(Enova)가 약 178억 원(1억 3330만 크로네)을 지원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디지털화를 적용하는 국가적 의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공감대도 깔려 있다. 노르웨이의 지능형교통체계(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협회 ITS Norway 한나 브레빅(Hanne Breivik) CEO는 “노르웨이 전체 등록 차량 중에서 순수 전기차가 이미 50% 이상을 차지하고 신차 중 전기차 비율을 98%에 육박한다”고 소개하며 “사실 사람들의 환경 의식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있기에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인은 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배에서 나오는 매연이나 오염을 없애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국민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해양 금융, 법률, 보험, 중개 업체들이 모여 있는 오슬로 아케르 브뤼게 일대. 이곳은 1982년 최종 폐쇄된 옛 아케르 메카니스케 베르크스테드 조선소 부지였으나, 항만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금은 쇼핑몰과 상업시설, 미술관, 주거단지, 사무실 등이 들어선 친수공간으로 변모했다. 김경희 기자 노르웨이 해양 금융, 법률, 보험, 중개 업체들이 모여 있는 오슬로 아케르 브뤼게 일대. 이곳은 1982년 최종 폐쇄된 옛 아케르 메카니스케 베르크스테드 조선소 부지였으나, 항만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금은 쇼핑몰과 상업시설, 미술관, 주거단지, 사무실 등이 들어선 친수공간으로 변모했다. 김경희 기자
오슬로 도심 클러스터 중 하나인 아케르 브뤼게 지역에 해양 산업 관련 사무 공간이 모여 있다. 김경희 기자 오슬로 도심 클러스터 중 하나인 아케르 브뤼게 지역에 해양 산업 관련 사무 공간이 모여 있다. 김경희 기자
오슬로 도심 클러스터 중 하나인 아케르 브뤼게 지역 내 한 건물에 입주업체 안내가 되어 있다. 김경희 기자 오슬로 도심 클러스터 중 하나인 아케르 브뤼게 지역 내 한 건물에 입주업체 안내가 되어 있다. 김경희 기자

▲도심 내 해양 클러스터와 정부부처 이전

노르웨이 정부도 수도 오슬로에 과도하게 집중된 행정 권력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탈중앙화 정책(Decentralization Policy)’을 시행했다. 2003년 6월 노르웨이 의회는 당시 오슬로에 있었던 해사청을 서부지역 하우게순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의결해, 2006년 이전을 완료시켰다.

현재 해사청이 이전한 하우게순을 비롯한 노르웨이 서부 해안은 석유·가스 배후 산업과 조선업, 해운업, 기자재 제조업체, 해양플랜트 업체, 기술 실증 테스트베드 현장이 모인 해양 산업의 실질적 중심지가 됐다. 또 오슬로에서는 DNV 같은 선급, 해양 금융, 선주사, 선박 관련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지는 고부가가치 산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DNV 게이르 둑스타드 부사장은 “노르웨이의 LNG 선박 개발이나 탈탄소화는 모두 정부 지원의 결과물이며, 산업계 또한 이를 뒷받침하며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다”면서 “결국 오슬로의 힘은 정부 지원에서 나오며, 정부를 포함한 해양 클러스터 내 모든 이해관계자와 국가의 결합이 핵심”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오슬로에는 도심 내 3개 축에 해양 클러스터가 작동한다. 첫 번째가 아케르 브뤼게 일대로, 해양 금융과 법률, 중개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은 1978년 마지막 신조선 진수 이후 단계적 축소를 거쳐 1982년 최종 폐쇄된 옛 아케르 메카니스케 베르크스테드(Akers mekaniske Verksted) 조선소 부지였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버려진 항만과 연관산업 시설 부지가 친환경 친수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현재 아케르 브뤼게 지역은 대형 쇼핑몰과 식당, 미술관과 공원, 고급 주거단지 등이 들어서 있고 수변 산책로로 연결된다. 또 이곳 반경 1km 이내에 해양산업 관련 협회와 보험사, 중개사, 로펌 사무실이 밀집돼 있다.

두 번째 집적지는 비외르비카·바코드 일대다. 오슬로 중앙역에서 100여m 떨어진 또다른 항만 도시재생 지역이다. 역시 최신 오피스 건물과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고, 많은 사무실 공간을 투자은행과 중개사 등 해양 금융업계가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최대 금융그룹 DNB를 비롯해 노르웨이 선주협회와 P&I 보험사 Skuld, 중개사 Fearnleys, 투자은행 Fearnley Securities 등은 인접한 건물에 모여 있다. 멀지 않은 친수공간에 오슬로의 상징으로 꼽히는 오페라하우스와 뭉크미술관도 있다.

세 번째 집적지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쇠위엔·뤼사케르·회빅 지역이다. 역시 해안을 끼고 있으며 글로벌 선급 회사 DNV를 비롯해 선사들의 본사와 연구기관들이 위치해 있다.

ITS Norway 한나 브레빅(Hanne Breivik) CEO는 “오슬로의 해양 클러스터는 서로 도우면서 시너지를 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연구기관, 선사, 단체, 은행, 금융, 보험, 법률, 해운거래소, 선급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전담 운영 조직과 CEO(최고경영자)를 두며, 정부가 단계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적 협력의 비결을 묻자 “오슬로는 작은 도시이기에 서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며 “그래서 무모한 경쟁 대신 협력을 택했고, 그 전통이 도시 전체의 해양력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시작 단계부터 시장 상용화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실패 또한 하나의 배움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문화가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덧붙였다.

오슬로(노르웨이) 글·사진=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