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청사. 부산지법 부산고법 부산가정법원.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10명 중 9명이 실형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울산·창원지방법원 등 5개 지방법원을 제외한 11개 법원에서는 실형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반면 경제계는 책임 정도에 따른 신중한 처벌을 주문한다. 법원마다 양형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은 사망 사고 발생 때 기본 형량을 높이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일인 2022년 1월 27일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228명이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107명 중 98명(91.6%)이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9명(8.4%)에 그쳤다. 벌금형은 75명, 무죄는 16명으로 집계됐다.
법원별로는 울산지법에서 가장 많은 3명에게 실형 선고를 했다.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이 각각 2명, 부산지법과 창원지법이 각각 1명이었다. 부산의 경우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7명 중 6명이 집행유예를, 울산지법은 6명 중 3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지방법원 11곳은 징역형을 모두 집행유예로 선고했다.
부산지법의 유일한 실형 사례는 2023년 1월 부산 중구 남포동 숙박시설 공사장에서 벽돌 더미가 추락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행인 2명이 다친 사고다. 부산지법은 올해 3월 원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중처법 위반 사건에서 법원마다 실형과 집행유예 선고가 엇갈리면서 양형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최근 논란이 된 사건은 노동자 3명이 사망한 한 도장업체의 사례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달 이 업체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해당 업체에서 2010년과 2022년에 이어 2024년에도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전·현직 대표는 모두 실형을 면했다.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점과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 방식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반면 울산지법은 2024년 4월 경남 양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022년 네팔 국적 근로자가 주조기계에서 작업하다 숨진 사건으로, 대표가 안전장치 결함을 여러 차례 보고받고도 개선하지 않은 책임을 무겁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하고 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개선했더라도 집행유예로 선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형의 형평성뿐만 아니라 중처법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법 제정 이후 줄곧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양형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경제계는 사고별 책임 정도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석지만 경제정책본부장은 “산업재해는 사업장마다 작업 환경과 사고 경위가 달라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와 근로자 과실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실형 선고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가볍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법원이 구체적인 책임 정도에 따라 형량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부산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와 비교하면 기업들의 경각심이 상당히 낮아졌고, 현재의 재판 결과만으로는 기업들이 처벌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의 본래 취지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하고 기업에 부과하는 벌금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행 중처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중대재해범죄 양형기준안을 심의하면서 사망사고의 기본 형량을 징역 1년 6개월~4년으로 높이고, 가중 시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