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활 예고한 싸이월드

입력 : 2026-11-01 17:59:5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 가

1999년 세상에 나온 싸이월드는 대한민국 1세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사람들은 미니홈피에 일상을 글귀나 사진으로 기록했고, 친구나 지인 미니홈피를 넘어가며 구경하는 이른바 ‘파도 타기’에 열광했다. 방문자 수가 매일 표시돼 얼마나 많이 미니홈피를 다녀가는지, 은근한 경쟁도 벌였다.

2000년대 중반, 국민적 인기로 누적 가입자가 3200만 명까지 치솟았다. 산정 기준이 다르지만 월간 활성 사용자가 750만 명 내외인 페이스북이나 2800만 명인 인스타그램도 여전히 싸이월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영유아나 고령층을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일촌’으로 묶여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재치 넘치는 일촌명을 정하거나 기분과 감성에 따라 배경음악(BGM)을 바꾸는 게 트렌드였다. ‘ㅋㅋ’ ‘ㅠㅠ’ ‘ㄱㄱㅅ’ 등 자음이나 모음만 사용하는 초성체, ‘했슴돠’ ‘했음요’ 같은 말투가 인터넷에 자리 잡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지금 3040 세대에게 싸이월드는 추억과 감성을 담은 ‘디지털 타임캡슐’이다.

싸이월드 인기는 2010년 전후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시들해졌다. 미니홈피 시스템은 PC 웹 환경에 맞춰져 있었고 스마트폰에 맞춘 모바일앱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됐다. 동시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개방성과 확장성을 자랑하는 경쟁자의 부상도 또 다른 추락 이유였다. 일종의 디지털 화폐인 도토리와 BGM 판매 등에 의존한 수익 구조도 성장을 막았다. 이후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고, 2019년 사실상 폐업에 이르렀다.

싸이월드 지적재산권을 사들인 한 블록체인·IT 기업이 이르면 이달 말 모바일앱 베타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면서 국민적 기대와 함께 논란을 부르고 있다. 3040세대 중심으로 ‘판도라의 상자가 다시 열린다’며 어린 시절 모아둔 기억과 사진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수차례 회사 주인이 바뀌는 동안 방대한 가입자 데이터를 임의 보관하거나 이관해 온 점에 법적 쟁점과 논란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기록이나 흑역사가 들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전·현 운영사 간에 사업권 및 자산 양수도 과정을 두고 법적 공방도 마무리되지 않아 기업 가치 띄우기나 주가 부양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며 관련 기업들이 테마주로 묶여 주가 급등락을 반복한 일도 있었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