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병역 특례, 이제는 폐지할 때다

입력 : 2026-11-01 1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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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서 체육 병역 특례 또 논란
예술 분야도 특정 콩쿠르에 혜택 집중
50년 된 제도, 공정성 형평성 맞지 않아
성과에 대한 보상과 병역 의무 분리해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부 구기종목 몇몇 선수들의 병역 특례 관련 발언과 행동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며 우리 사회가 오래 미뤄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체육과 문화예술 분야 병역 특례를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체육 분야 병역 특례는 1973년 도입됐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북한이 첫 금메달을 딴 것이 계기였다. 북한은 사격에서 금 1개를 비롯해 은 1개, 동 3개 등 5개의 메달을 땄다. 반면 한국은 은메달 1개에 그쳤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심화됐던 당시 국제대회 성과를 위한 당근책으로 병역 특례가 도입된 것이다. 올림픽은커녕 아시안게임 메달조차 귀했던 시절, 우수 선수의 기량을 유지하고 국제무대에서의 성취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국제적 성과를 인정하고 창작 활동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특례가 운영돼 왔다.

현행 제도에서 체육인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 오르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예술 분야는 병무청이 지정한 국제 음악·무용경연대회 입상자와 일부 국내 경연대회 우승자,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당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국 스포츠의 위상은 크게 높아져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뛰고 있다. 반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크게 낮아졌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 등 첨단기술 기업 역시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병역 특례가 도입되던 시절의 논리를 지금까지 유지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병역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과되는 공동의 의무다. 물론 건강과 신체 조건, 법률이 정한 사유에 따라 복무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이나 체육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이유로 병역 의무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정 분야의 성취를 병역 특례의 근거로 삼으려면 그만큼 분명하고 보편적인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방탄소년단(BTS)이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린 BTS는 한때 병역 특례 논의의 중심에 섰다. 세계적 성과를 고려해 병역 의무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BTS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문화예술계 인사가 있었냐는 말이 설득력을 얻어 ‘BTS 병역특례법’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으나, 형평성 논란 등으로 통과가 무산됐고 결국 7명 멤버 모두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BTS의 사례는 병역 특례를 둘러싼 논쟁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클래식 음악이나 무용 분야의 일부 수상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미술 등 다른 예술 분야나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대중예술 분야를 제외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무엇보다 저출생으로 인한 병역 환경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징집 대상자가 충분했던 과거의 제도를 병역 자원이 크게 줄어든 지금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 분야의 사람만 병역 부담을 덜 지는 것에 대해 이제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문제가 해결된 이후엔 한 번도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추신수 등의 사례에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축구 대표팀 몇몇 선수들의 도 넘은 발언과 행동에 국민들의 공분은 임계점을 넘었다.

이에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단순한 기준 조정을 넘어 단계적 축소와 궁극적 폐지를 검토하는 국면으로 들어섰다. 국방부는 예술·체육 병역특례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병역 특례 폐지가 선수와 예술인의 노력을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성취에 대한 보상과 병역 의무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는 포상금과 연금, 훈련 지원으로 보상할 수 있다. 군 복무가 선수 생애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복무 중 훈련 여건을 개선하고 전역 후 경기 복귀를 지원하는 방안, 군 복무를 더 늦추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예술인에게도 창작 지원과 국제 활동 지원, 수상 성과에 대한 별도 포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적 성취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폐지는 이미 병역 특례를 전제로 진로를 준비해 온 청년들에게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에 몇 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희경 부국장 겸 문화스포츠부장 himang@busan.com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