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태국 공주님 앞에 '무릎 꿇은' 윤제균 감독

입력 : 2013-10-09 11:07:15 수정 : 2013-10-10 07: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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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우본랏 라차깐야 태국 공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는 윤제균 감독.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한국인 수상자도 무릎을 꿇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라마다 문화와 관습이 다르다는 것은 사람을 가끔 헷갈리게 한다. 이 같은 고민은 8일 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파크 하얏트 부산 연회장에서 열린 '태국의 밤(Thai Night)'에서도 일어났다.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강풍과 비에도 불구하고 오후 6시가 넘어가면서 초청자들이 하나 둘씩 파티장에 들어섰다. 씬 꿈파 상무부 차관, 두엉까몬 찌암붓 국제무역진흥국(DIPT) 부청장 등 태국 정부 주요 관계자는 물론이고 한·태 양국의 투자자, 영화 관계자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국 현지에서 날아온 TV와 신문 등 언론 매체 관계자들도 부산하게 움직였다.

오후 7시가 되자 태국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첫째 딸인 우본랏 라차깐야(63) 공주가 파티장에 들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공주가 들어올 출입구 양쪽으로 도열했고, 내외빈도 일제히 기립했다.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 내빈에겐 태국 관계자가 다가와 "Please, stand up!(일어서 주십시오)"을 반복해서 요청했다.
 

공주 좌우로 무릎을 꿇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태국 정부 관계자들. 우리에겐 낯선 광경이지만 이들 왕실국가에선 일반화돼 있는 장면이다.

공주는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포토 월로 이동했다. 그리고 단독 샷 혹은 주요 내빈들을 단상에 모신 채 기념 촬영을 했다. 태국의 관례대로 공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공주의 좌우에 도열한 채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추었다.

이날 공주는 예순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감각의 의상과 몸단장을 하고 참석했다. 검은색 가죽 재킷과 앵클부츠, 그리고 각종 보석이 눈길을 끌었다.

이윽고, 태국영화 산업을 소개하는 영상 소개와 공주의 인삿말이 끝나고 감사패 증정 시간.올해는 특히 한·태 수교 55주년을 맞아 한·태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3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기로 했는데 이중 한국인 수상자가 2명이 포함된 것. 영화 '해운대' 등을 연출한 부산 출신의 윤제균 감독과 '7급 공무원'의 김정환 프로듀서가 그들이다.

시상식 후 수상자들과의 대화 시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정환 프로듀서, 그 다음이 윤제균 감독. 맨 오른쪽이 태국 소로소 스쿰 프로듀서.

관심은 한국인 수상자들도 태국민들처럼 과연 무릎을 꿇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모아졌다. 하지만 시상은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상식 후 윤 감독은 "처음엔 태국 공주에게 무릎 꿇고 감사패를 받는 장면이 자칫 왜곡되게 외부에 알려질 수도 있어 고민했는데 태국의 왕실 문화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같은 예를 갖추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각색과 프로듀서를 맡아 지난달 5일 개봉한 '스파이'는 태국 장면이 3분의 1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누적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다. 윤 감독은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국제시장'도 태국 로케이션을 계획 중이다.

김 프로듀서는 3D 영화 'The Wormhole' 등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태국 측과 협력 제작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밖에 '콘크리트 클라우드'의 소로소 스쿰 태국 프로듀서도 함께 수상했다.

한편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태국은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올해 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관객 1천만 명(10억 바트, 한화 350억 원)을 동원한 히트작 '피막(PeeMak Prakanong)'이 공식 초청됐다.

또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에는 리 차타메티쿤 감독이 연출하고 태국 톱스타 아난다 에버링햄이 출연한 '콘크리트 클라우드(Concrete Clouds)'와 소파완 분닛 감독과 피라차이 꺼신 감독의 '이스트무스(The Isthmus)'가 올랐다. 태국 작품은 총 8편에 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열리는 '태국의 밤'은 태국 상무부가 한국과 태국의 교류 증진과 태국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 매년 열고 있는 행사로 2009년부터 정례화되어 왔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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