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바다 끝’ 부른 낭만가객, 최백호가 ‘부산에 가면’…

입력 : 2023-04-01 20:03:05 수정 : 2023-04-02 11: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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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부산일보 대강당서 북콘서트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출간 기념
‘부산에 가면’ ‘바다 끝’ ‘영일만 친구’ 등 노래
꽃다발·앨범 LP 들고 찾은 관객도 곳곳에 보여
방탄소년단 멤버 뷔에 고마운 마음 전해 눈길

책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낭만가객’ 최백호는 자신의 인생을 책에 그대로 옮겼다고 했다. 고향에 온 그는 ‘부산에 가면’과 ‘바다 끝’을 덤덤하게 부르며 지나온 날들을 관객과 함께 나눴다.

지난달 31일 부산일보 강당에서 최백호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 책은 1976년 노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가 47년 동안 걸어온 음악 인생 전반을 담는다. 좋은 가수가 되기 위해 한 고민부터 일상의 깨달음, 최근 후배 가수들과 함께 작업한 경험까지 책에 녹아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최백호는 “기장에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위로 공연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 고향 쪽 일들이 많아진다”며 “다른 공연들과 완전히 달랐는데 다른 의미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최백호는 “노래를 하는데 환자들이 산소통을 교체하면서까지 자리를 한 번도 안 뜨더라”며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무대에 오르니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공연을 하는 김에 영양제를 한 대 맞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가수 최백호가 지난달 31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우영 기자 가수 최백호가 지난달 31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우영 기자

낭만가객은 책 이야기와 함께 틈틈이 노래도 불렀다. 첫 노래는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관객 300여 명 중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20~30대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꽃다발과 최백호 LP판을 들고 온 팬들도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한 남성 관객은 꽃다발을 들고 무대에 올라 낭만가객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 콘서트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최백호는 ‘부산에 가면’과 ‘바다 끝’을 부르며 고향 팬들의 마음을 적셨다. 특히 그는 ‘바다 끝’을 부르기 전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최백호는 “매니저 없이 혼자 일하다보니 새 음반 홍보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 뷔 씨 덕분에 이 노래가 갑자기 큰 관심을 받게 됐다”고 했다. 그는 “뷔 씨가 힘들면 최백호 선생님의 '바다 끝'을 듣는다”고 하자마자 순식간에 100만 뷰가 넘어갔다며 크게 웃었다. “제 노래도 월드 스타가 된 것 같았어요. 앞으로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뷔 씨에게 연락하려고요. 그런데 아직 전화번호를 못 땄네요. 하하.”

지난달 31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가수 최백호의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북 콘서트. 이우영 기자 지난달 31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가수 최백호의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북 콘서트. 이우영 기자

최백호가 ‘영일만 친구’와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자 북 콘서트 열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특히 그는 영일만 친구를 부른 후 “역시 부산 분들이 빠른 템포의 노래를 좋아하신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가 “정식 콘서트 때보다 노래를 더 하는 것 같다”고 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관객들은 몸을 흔들고 따라 부르면서 북 콘서트를 한껏 즐겼다. 이날 그는 ‘보고싶은 얼굴’ ‘부산에 가면’ ‘뛰어’ ‘책’ ‘바다 끝’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 7곡을 먼저 불렀다. 관객들은 휴대 전화로 그의 모습을 담으며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이 순간을 간직하려고 했다.

그는 앙코르 곡으로 ‘열애’를 열창했다. ‘그대 향한 그리움/그대의 그림자에 쌓여/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뜨거운 마음 속 불꽃을 피우리라/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같은 가사가 마음을 울렸다. 몇몇 관객은 눈을 감고 그의 목소리와 현재의 공기에 집중하며 노래를 들었다. 관객석 뒤쪽에 앉은 머리 희끗한 한 여성은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무대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낭만가객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팬들이 몰려오자 가던 발길을 멈추고 인사를 나눴다. 가수와 팬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했다. 최백호는 복도 한쪽 책상에 앉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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