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다시마 특구일 뿐 정작 다시마를 말릴 곳도 없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식품이자 기장군 특산물인 다시마 제철을 맞았지만, 정작 다시마 생산 어민은 부지 임차료 상승과 지원 미비로 다시마를 건조할 땅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땅을 임차하거나, 산 중턱까지 올라가 다시마를 말리고 있다.
기장수협은 30일 "부산시와 기장군에 최근 다시마를 건조할 부지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장수협 등에 따르면 기장군은 2007년 다시마 특구로 지정됐지만, 어민은 다시마 건조 부지로 사용할 농지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기장군 일대 땅값 상승으로 임차료가 덩달아 오른 데다, 어민들이 다른 용도 허가에 필요한 세금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장 다시마는 자연 해풍과 태양열에 전통 방식으로 건조해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4101t에 이른다. 어민들은 다시마를 생장시켜 이르면 4월부터 약 2~3개월 동안 건조해 상품화한다. 건조 부지로는 주로 농지를 임차해 다른 용도 일시 사용 허가를 받은 뒤 사용한다.
문제는 최근 기장군 일대 땅값이 오르자 땅 주인들이 다시마 건조 용도 임대를 꺼린다는 것이다. 임대로 묶여있으면 매매하기 어렵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땅값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건조하는 데에는 2~3개월만 필요하지만 임대차는 1년 단위여서 어민들은 땅값 상승의 역풍을 그대로 맞고 있다.
지난 25일 기장군 장안읍에서 만난 한 어민은 “바다와 가까운 농지 가격이 올라 전부 외지인이 사들이고 있다. 정작 원주민인 우리가 쓸 땅이 없다”며 “심한 경우는 땅이 없어 산 중턱까지 올라가 다시마를 말리는 어민도 있다”고 한탄했다.
다른 용도 일시 사용 허가를 받을 때 원상복구 비용으로 내는 예치금도 어민에게는 2차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시마를 건조하려면 농지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건조 천막을 설치해야 한다. 1차 해풍으로 말린 뒤 2차로 건조하기 위한 건조기도 설치한다”며 “원상복구 비용이 30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기장군이 운영하는 기장수산물체험홍보센터에 대형 건조기 1대가 있지만 기장 다시마는 해풍으로 말린 것을 좋은 상품으로 치기 때문에 어민은 노지 건조를 선호한다. 기장군의 전 지역에서 다시마를 생산하다 보니 접근성도 문제다.
기장수협 문용환 조합장은 “기장군은 다시마 특구로 지정될 만큼 다시마가 유명하고 생산량도 많다. 그런데 정작 다시마를 말릴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기장군의 국유지 등을 활용해 어민이 안정적으로 다시마를 말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다시마 특구이지만 지정 초반을 제외하고는 관련 예산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부지만 확보된다면 대규모 해조류 건조시설 설치 지원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시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양수산부가 항만 배후부지를 어업인이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현재는 기획재정부로 부지 관리권이 넘어갔다. 기재부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관리권을 위임해 무상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추가 건조기라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