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최근 불거진 위기설에 따른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고,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통해 쇄신 의지를 시장에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오는 19일 롯데케미칼의 사채권자 집회가 사태 해결의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재계와 산업·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위기설 이후 신속하게 이뤄진 롯데그룹의 대응책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가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앞서 롯데는 지난달 16일 유동성 위기설을 담은 지라시(정보지)가 퍼지면서 주가가 흔들리자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가 발생하자 “보유 주식과 부동산,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 등이 108조 9000억 원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롯데케미칼의 2조 원 규모 회사채에 6조 원 이상 가치를 지닌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권 보증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임원에 대한 대폭 물갈이 인사와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도 나섰다.
롯데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 투자 심리가 갑자기 얼어붙어 자금 흐름이 일시적으로 막히는 돈맥경화(자금경색) 사태 발생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조기에 잠재우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회사채와 주식 투자를 꺼리고 단기차입금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도 신용보강과 저수익 자산 매각과 효율화, 부동산 자산 재평가, 부채비율 축소 방안 등을 설명하며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오는 19일 개최할 예정인 사채권자 집회를 고비로 보고 있다. 롯데는 2조 4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 6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받기로 했다. 이 회사채를 집회 이후 법원 허가를 받아 내년 1월 14일까지 보증사채로 전환하고 사채권자들과 협의해 재무 특약 사항을 삭제할 예정이다. 시장 관계자는 “신용을 보강해 회사채를 보증사채로 전환하고 채권자들이 당장 상환 요청에 나서지 않으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롯데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사업 구조 개편과 신사업 추진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이 종합그룹을 꿈꾸며 기존 유통업 주력에서 화학 부문을 핵심 축으로 육성했지만, 중국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사업군별 비중을 보면 화학군이 30.1%로 낮아졌고 유통군 26.6%, 건설·렌탈·인프라군 24.7%, 식품군 12.2%, 호텔군 6.4% 순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의 사업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식품과 유통 사업군은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제시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전기차 충전 인프라 △2차전지 소재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육성 등의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