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평 이상의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국비 보조금 비율이 삭감되는 탓에 부산 임대주택 대부분이 ‘투룸’에 가까운 소형으로 건립되고 있다. 부산시는 임대주택에서 두 자녀 이상을 출생하면 평생 무료로 거주하도록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실상은 신혼부부가 살기에도 좁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13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임대주택의 전용면적이 60㎡를 넘어가면 정부가 임대주택 건립에 국비로 보조하는 지원금이 줄어든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 투입되는 국비 지원금은 재정지원금과 주택도시기금 융자 등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재정지원금의 경우 전용면적 60㎡ 이하일 때 전체 비용의 39%를 지원하지만 60㎡를 초과하면 33%로 약 6%포인트(P) 지원 비율이 줄어든다. 주택도시기금 융자 역시 60㎡ 이하라면 41%를 지급하지만, 60㎡가 넘을 경우 33%로 8%P가 감소한다. 더 큰 평형을 지을수록 지원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은 건립할 때마다 적자가 불가피하기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국비를 더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원금 기준이 이렇다보니 전용 60㎡가 넘는 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용면적 60㎡는 흔히 말하는 24평 정도의 아파트다.
부산도시공사가 최근 3년간 분양한 행복주택(일광, 시청 앞 1·2단지, 아미) 가운데 전용 60㎡를 초과하는 타입은 단 한 곳도 없다. 일광 행복주택과 아미 행복주택에 59㎡가 각각 219세대, 80세대씩 있는 게 전부다. 특히 지난해 10월 청약 경쟁률 9.1 대 1을 기록하며 청년층에게 인기를 모았던 시청 앞 행복주택 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26㎡(118세대)와 36㎡(236세대)가 주력을 차지할 정도로 평수가 작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자녀 1명을 출생하면 20년, 2명 이상을 출생하면 평생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지난해 11월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시청 앞 행복주택 2단지에 거주하는 최 모(32) 씨는 “14평 남짓한 36㎡에 살고 있는데 혼자 ‘미니멀 라이프’를 강제 실천하며 살 수밖에 없다”며 “둘이서도 살기 힘든 집에서 자녀를 낳으면 무료로 살게 해 준다는 정책이 실효성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등 여파로 행복주택이 주목 받고 있지만, 소형 평형만 자꾸 공급되면 실수요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정부가 전용면적 60㎡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차별 적용하는 데 명확한 사유가 있지는 않다.
다만 기준을 제정할 당시의 인식으로는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20평 중반대의 다소 큰 평수에 사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었고, 임대주택이 돈을 모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주거 사다리’ 역할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을 활성화하고 취약계층에게 실효성 있는 주거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지원금의 구분을 없애 상향 평준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 원자잿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건설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 임대주택 공급 주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