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기간이 임박했거나 만료된 외국인들을 포섭해 손가락 절단 등으로 산업재해 보험금과 비자를 받게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브로커와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브로커 A(44) 씨와 산업재해 보험금을 부정수급한 불법 체류 외국인 등 14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우즈베키스탄인 B 씨에게 통역을 시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사 현장과 식당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접근한 뒤 이 중 체류 기간이 임박했거나 만료돼 체류 비자가 절실한 이들을 포섭했다. 이후 A 씨 등은 이들에게 고의로 신체에 상해를 가하게 한 뒤 산업재해를 입은 것처럼 꾸며 요양신청서를 공단에 제출하고 요양·휴업 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직접 도끼나 돌로 손가락을 절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고의 상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사업장을 개설하고,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친 것처럼 꾸며 허위 청구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허위 산재 신청을 위해 손가락을 절단한 외국인 중에는 여성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에 가담한 외국인들 대부분은 30대로, 자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야 하는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았다.
산재가 인정된 외국인들은 산재 비자(G-1-1)를 받아 체류 기간을 연장했고 공단 측으로부터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100만 원의 보험료를 받아 챙겼다. 일당이 이렇게 부정하게 받아 챙긴 보험금은 5억 원가량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행정사 사무실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허위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업무를 대행해주고 받은 수수료는 건당 800만~15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이 허위 사업장 개설은 물론, 가짜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해 산재 신청을 하는 치밀한 수법 때문에 공단이 진위를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외국인들로부터 받아 챙긴 돈으로 호화생활을 유지했다. 또 외국인들은 요양·휴업급여를 받아챙긴 데 더해 합법적 체류 자격까지 얻어 국내에서의 경제활동을 이어나갔다. 산재 비자의 기한은 1년이었지만, 허위 사업장의 사업주를 상대로 가짜 소송전을 벌이고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수법으로 2년가량 국내에 체류한 이들도 있었다.
부산경찰청 이승주 형사기동대 2팀장은 “날로 증가하는 보험사기 범죄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수사 착수로 관련자들을 검거했다”면서 “또한 추가 범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강제추방하는 등 공영보험의 재정 건정성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