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인 별채 전소… 부산 반얀트리 화재 8시간 만에 완진

입력 : 2025-02-14 20:43:59 수정 : 2025-02-15 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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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신축 공사장 화재가 불이 난지 8시간여 만에 완전히 꺼졌다. 작업자 6명이 죽고 27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였다. 불길이 휩쓴 건물에는 고급 리조트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뼈대만 남았다.

14일 오전 10시 51분 기장군 연화리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8시간여 만인 오후 6시 53분 완진됐다. 이 불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는 등 총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구조자는 총 42명으로 이 중 15명은 헬기로 구조됐다.

이날 오후 불길이 훑고 간 기장군 반얀트리 신축 공사 현장은 건물 안팎이 시꺼멓게 그을리고 화염에 녹아내린 철골과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오후 1시 34분께 초진이 이뤄진 뒤에도 늦은 오후까지 현장에는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오는 5월 개장을 앞둔 고급 리조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51분, 공사장 건물 1층 수영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삽시간에 공사장 안쪽으로 퍼져나갔다. 불은 건물 3개 동 중 가운데 있는 B동 1층 수영장 인근 단열재에서 시작돼 B동과 C동, 로비동으로 번져나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현장이 검은 연기가 뒤덮은 상황이었다. 박흥모 부산 기장소방서 구조구급과장은 이날 현장 대응 브리핑에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검은 연기가 건물 내부에 꽉 차 있는 상태였다”며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고, 출입구에 가연물이 많아서 대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민가와 호텔에서도 보일 만큼 검은 연기는 자욱했다. 화재 현장에서 2km 떨어진 해변 인근 호텔에 머물던 투숙객 이 모(28) 씨는 “아침 산책 중에 타는 냄새가 난다 했더니 얼마 안 지나 검은 연기가 점점 하늘에 퍼지는 걸 보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식당 주인 최 모(63) 씨도 “펑 소리가 들려서 나와보니 멀리 있는데도 냄새가 맵더라”며 “연기가 하늘을 까맣게 덮어서 큰 불인 줄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올해 5월 개관을 목표로 신축 공사를 진행하던 현장에는 수백 명의 작업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밖으로 대피한 작업자만 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1층에서 불이 시작되면서 지상으로 대피하지 못해 옥상으로 피신한 작업자 15명은 소방 헬기가 구조했다.

밖으로 빠져나온 작업자들은 B동에서 시작된 불이 중앙부를 태운 뒤 A동까지 빠르게 확산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하 통로를 통해 연기 등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작업자는 “지하 통로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B동에서 시작된 불이 중앙부를 넘어 A동까지 빠르게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소방본부는 화재 발생 20분 만인 오전 11시 1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낮 12시께 대응 단계를 2단계로 상향했다. 이후 오후 1시 34분께 큰 불길을 잡고 인명 수색 작업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불이 공사장 내부 수영장 인근에 적재된 단열재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사장 내부에 쌓여있는 자재가 작업자들의 대피를 어렵게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소방당국은 오는 16일 부산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과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등 소방설비가 작동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30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해 과학수사대와 함께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본부장으로 한 25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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