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진흥원, ‘SKT 해킹시점’ 석연찮은 수정…봐주기·늑장대응 논란

입력 : 2025-04-27 09: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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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시점, ‘신고 결정 시점’으로 수정
자료보전요구·현장점검도 부실 의혹
최수진 의원 “더딘 대응 등 납득 어려워”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SKT)이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법정 시한을 넘겨 신고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신고를 받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건 발생 시간을 석연찮게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사고 있다. KISA는 또 해킹 파악 이틀 만에 이뤄진 SK텔레콤 신고 뒤 관련 자료 보전 요구와 현장 조사를 하루가 지나서야 실시한 것으로 파악돼 늑장 대응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KISA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SKT 해킹 사건 경과'에 따르면 SK텔레콤이 해킹 피해 사실을 신고한 시점은 지난 20일 오후 4시 46분이고 사건 인지 시점은 이보다 약 한 시간 앞선 오후 3시 30분으로 기록됐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오후 6시 9분에 의도치 않게 사내 시스템 내 데이터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오후 11시 20분 악성코드를 발견해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고 체계를 통해 내부에 공유했다. 이렇듯 SK텔레콤이 해킹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 18일 오후 11시 20분인데, KISA는 이를 20일 오후 3시 30분이라고 40시간 지난 시점으로 기록한 것이다.

KISA는 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해킹 신고 관련 인터뷰 과정에서 사건 인지 시간에 대한 설명 후 SKT에서 인지 시간을 변경했다"고 밝혔지만, SK텔레콤은 사건 인지 시점을 18일 밤으로 정상 신고했고 이후 변경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KISA 측은 "SK텔레콤의 해킹 신고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회사 보안 책임자가 신고하자고 결정한 시점’을 사고 인지 시점으로 보고 사건 접수 실무자가 시간을 정정한 것"이라며 "일종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8일부터 2300만 명에 달하는 전 고객을 대상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한 SKT 대리점에서 한 직원이 사용한 유심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8일부터 2300만 명에 달하는 전 고객을 대상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한 SKT 대리점에서 한 직원이 사용한 유심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SK텔레콤이 18일 밤 해킹을 인지하고 상부 보고한 것이 명백한 데도 ‘책임자가 신고를 결정한 시점’이 사고 시점이라며 고쳐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SK텔레콤이 침해사고 발생 시 이를 알게 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자 알아서 무마해주려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이어 “KISA가 사건 접수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행위를 한 것뿐 아니라 국내 최대 통신사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USIM) 정보 탈취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더딘 대응을 했다”고 비판했다.

KISA가 SK텔레콤에 침해 사고 확인을 위한 자료 보전 및 문서 제출을 공문으로 요청한 시점은 21일 오후 2시 6분으로 신고 접수 21시간여가 지나고 나서였다. 현장 상황 파악과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KISA가 전문가를 파견한 것은 이보다 6시간이 지난 21일 오후 8시로 신고 접수 28시간 만이었다. 이마저도 실제 서버 해킹이 일어난 분당 센터가 아닌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였는데, KISA는 원격으로도 상황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KISA는 침해 사고 발생 시 즉시 출동·대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입자 2300만 명이 '디지털 신분증' 역할을 하는 유심 정보 유출로 불안해하는 이번 사건에 대한 당국의 대응으로서 신속하고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관 합동조사단이 사건 인지 시점 기록이 바뀐 부분이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포함해 정확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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