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측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해 제기된 범죄 혐의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에 냈다. 검찰이 의심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혐의 등이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모순된다는 취지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공천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변호인은 명 씨가 과거부터 개인적 목적에서 여론조사를 반복적으로 해왔고, 김 여사 요청에 따라 조사한 것이 아닌 만큼 결과를 받아봤다 하더라도 이를 정치자금을 대신 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담았다. 정치인과 기자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전 미리 받아보는 관행과 같다는 취지다. 또 김 여사 측과 명씨 사이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에서 제한하는 '채무의 면제·경감' 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진 뇌물죄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뇌물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여당의 공천' 자체가 대통령 직무가 아니고,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에 경제적 가치도 없기 때문에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위력 업무방해죄 역시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들이 공천 결정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여당 공천'이 대통령 직무여야 성립하는 뇌물죄와 불법적으로 공천에 개입해야 성립하는 업무방해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상호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단순 의혹이나 합리성이 결여된 추측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여사 측은 검찰이 요구한 대면조사가 장시간 이뤄질 것을 우려해 입장을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검찰은 대면조사 필요 입장을 계속 전하고 있지만, 아직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가결된 김건희 특검법이 곧 국무회의를 통과해 출범을 앞둔 만큼, 김 여사 조사는 특검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조사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