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불과 열흘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시아 최초 바다 보이는 북항 야구장 건립이 거대 양당 대선후보의 공약 포함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민간기업이 2000억 원 규모의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 내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공약 관철에 실패할 경우 부산 정치권에 대한 책임론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선후보의 북항 야구장 건립 공약 반영 요구가 있었으나 난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서 북항 야구장을 짓는 데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 공약에 포함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내부 반대 여론을 이유로 언급했는데, 총 사업비가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부지를 무상 임대하더라도 공사비 5000억 원, 돔구장으로 건립 땐 2000억 원이 추가되는 만큼 재정 확보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시가 영상문화 콤플렉스 랜드마크 타워 조성을 추진한다는 행정상의 번복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의 경우 아예 사직야구장 재건축으로 못박혀 있는 상태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가 공개한 김문수 대선후보의 시군구 단위 맞춤형 공약을 보면 ‘사직야구장 재건축 조속 추진’이 담겨 있다.
유일하게 북항 야구장 추진을 약속하고 있는 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다. 그는 지난 11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야구를 KTX 타고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잠실새내역 인근에 보면은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가 형성돼 있다”며 “북항에 바다 보이는 야구장 건립을 통해 원도심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준석 후보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그의 북항 야구장 건립 약속이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북항 야구장 건립은 부산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10여 년 전 롯데그룹과 부산시가 북항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짓는 방안을 구상하기도 했고 지방선거에 나선 시장 후보 공약에도 포함된 바 있다. 이후 예산 문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최근 (주)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의 2000억 원 기부 약속에 더해 국민의힘 곽규택(서동)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최종 경선에 오른 김문수·한동훈 후보 양 진영에 북항 야구장을 공약화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여기에 부산 동구청은 ‘제21대 대선 공약 제안 과제 보고회’를 열어 대선후보들에게 제시할 7대 핵심 사업을 확정하고 북항 바다 야구장 건립을 대선 공약으로 공식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재명, 김문수 후보 공약에 포함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항 야구장의 꿈은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에 지역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된다. 부산 도심과 바다가 만나는 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에 야구장이 들어설 경우 재개발 구역 전체에 활기가 돌아 지역 내 불균형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 북항 야구장에 대한 지역 내 여론 수렴 과정은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부산 체육계 관계자는 “사직야구장 재건축이냐 북항 야구장 건립이냐를 두고 지역에 따라 입장이 엇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논의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며 “정치권이 시민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 것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