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해공항 또 활주로 오착륙…관제 긴급 대응으로 참사 막아

입력 : 2025-06-13 19:57:43 수정 : 2025-06-14 1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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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항공,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 진입
‘18R’로 허가받은 후 ‘18L’로 착륙해
당시 진에어 여객기 18L로 진입 준비
공군 긴급 대처로 활주로 이동 막아
3개월 만에 또 김해공항서 유사 사고
대형 참사 위험, 안전 관리 필요 지적


지난 12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한 중화항공 CI186편 여객기가 같은 날 오후 7시 19분 김해국제공항의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 ‘18L’로 착륙했다. 공군 긴급대응으로 자칫 항공기 간 충돌로 이어지는 참사는 피했다. 부산일보DB 지난 12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한 중화항공 CI186편 여객기가 같은 날 오후 7시 19분 김해국제공항의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 ‘18L’로 착륙했다. 공군 긴급대응으로 자칫 항공기 간 충돌로 이어지는 참사는 피했다. 부산일보DB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대만 국적 항공기가 허가받지 않은 활주로로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긴급대응으로 자칫 항공기 간 충돌로 이어지는 참사는 피했지만, 김해국제공항에서 3개월 만에 활주로 오착륙 사고가 반복돼 항공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3시 57분께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한 중화항공 CI186편 여객기가 같은 날 오후 7시 19분 김해국제공항 ‘18L(Left·좌측)’ 활주로로 착륙했다.

문제는 이 여객기가 ‘18R(Right·우측)’ 활주로로 착륙을 허가받았다는 점이다. 조종사는 착륙을 허가받지 않은 바로 옆 18L 활주로에 그대로 진입했다.

당시 18L 활주로에는 진에어 소속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진입하던 중이었다. 공군 관제사가 중화항공 비행기 착륙 방향이 허가된 활주로와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고, 진에어 항공기 진입을 긴급히 중단시켜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

당시 중화항공 조종사는 착륙 허가를 받은 18R 활주로에 대해 두 차례 복창했지만, 실제로는 18L 활주로 쪽으로 접근했다. 공군 관제사가 ‘고 어라운드’(착륙을 포기하고 복행하는 것)를 지시했지만, 조종사는 이를 따르지 않고 18L 활주로에 그대로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국제공항에선 올해 3월에도 진에어 LJ312편이 18R 활주로에 허가를 받고 18L 활주로로 착륙하기도 했다. 활주로 오인이나 오착륙은 항공기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여러 항공기가 동시에 진입하는 활주로 특성상 지정되지 않은 활주로에 착륙·진입하면 관제 시스템에 혼선을 주고, 관제 개입이 늦으면 항공기 충돌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을 ‘항공 준사고’로 분류하고, 조종사 실수 여부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항공 준사고란 항공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김해국제공항은 착륙이 까다로운 공항으로 꼽혀 조종사들 실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비행기 조종사 A 씨는 “김해국제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특수공항이며 착륙할 때 선회접근을 해야 한다”며 “주로 남풍이 부는 여름철에는 조종사 눈과 감각에 의존해 착륙해야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변에 돗대산 등이 있어 지형적 제약이 많은 공항”이라며 “친숙하지 못한 외국 국적 항공기 조종사가 착각하거나 까다롭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관계자 B 씨는 “야간에 선회접근이 필요한 특수공항은 활주로 정면으로 접근하지 않아 위치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해국제공항은 민간 여객기와 군 항공기가 함께 이용하는 공항”이라며 “항공 통제와 착륙 유도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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