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제외한 지방거점국립대학(지거국) 9곳이 모두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과 지원 대상이 중복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사업 모두 수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혜 대학마저 상당수 겹침에 따라, 기존 글로컬대학 사업의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오는 9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지정 대학 30곳 중 마지막 10곳을 최종 선정한다. 지난달 27일 ‘예선 통과’격인 예비 지정 대학 25곳이 발표됐는데 지거국인 전남대·제주대·충남대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거국 9곳 모두가 글로컬대학30 지정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6곳의 지거국은 최종 선정된 상태다. 2023년에는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강원대(강릉원주대 통합), 충북대(한국교통대 통합), 경상국립대, 전북대가 선정됐으며, 2024년에는 경북대가 추가됐다.
글로컬대학30은 교육부가 2023년부터 추진 중인 지역 대학 혁신 사업이다. 비수도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025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하며, 선정된 각 대학에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한다.
문제는 글로컬대학30에 대다수 지거국이 포함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지원 대상이 크게 중복된다는 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대를 제외한 지거국 9곳에 서울대 예산의 약 70%에 해당하는 연간 3000억 원을 각각 투입해 서울대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교원을 확보하는 구상이다. 글로컬대학30과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별도 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지거국 9곳 모두 지원받게 될 여지가 크다.
우선 지거국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통한 집중 육성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부산대 최재원 총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지거국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아무리 예산을 많이 투입해도 대학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거점국립대들은 기초 연구 중심 대학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각 대학은 지역적 특성과 차별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도 지거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지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관건은 예산이다. 두 사업 모두 수조 원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경우 지거국 9곳에 연간 3000억 원씩을 지원하면 매년 약 2조 7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글로컬대학 사업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원체계 중복과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통합하거나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추진되더라도 기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특히 비거점국립대와 사립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원이 지거국에 집중될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 사립대나 중소대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한 사립대 총장은 “지거국에만 예산이 집중되면 다른 지역 대학은 더욱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정 대학군만 육성하는 방식은 오히려 지역 내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지방 사립대와 비거점국립대도 맞춤형 재정 지원과 혁신 사업 기회를 확대해, 지방 고등교육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