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를 벗은 남자가 옹기 속에 앉아 긴 도끼를 올려 든 채 진지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한다. 보는 이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 모습이 울산 울주군 정확석(40·행정 7급) 주무관의 트레이드 마크다.
‘옹기맨’으로 불리는 정 주무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5일 폐막한 울산옹기축제를 홍보하려고 만든 옹기맨 영상이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다. 이 영상은 18일 기준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77만 회. 인스타그램에서도 무한반복 재생 중이다.
18일 만난 정 주무관은 “‘공무원이 웃통을 벗고 나와도 괜찮을까’ ‘시청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근육 옷을 입어야 하나… 그렇다고 재미없게 옹기만 달랑 내보낼 수도 없고’ 등등 온갖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 제작업체 촬영감독의 아이디어대로 ‘항아리 게임(겟팅 오버 잇 위드 베넷 포디)’을 패러디하긴 했는데 난생처음 해보는 ‘노출신(?)’에 부담도 컸다고. 그는 “언제나 그랬듯 아내가 영상을 미리 보고는 ‘무조건 올려야 한다. 멋있게 잘 나왔다’며 격려해 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이 여세를 몰아 울주군을 제대로 알려보겠다며 지난달 20일에는 지자체 유튜브계의 원조 격인 충주시를 찾아가기도 했다. ‘일방적인 협업 x 충주시’라는 제목의 황당한 새 영상으로 또 한 번 울주군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홍보하는 ‘옹기맨 극장판’도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 영상에는 “울주군이 울산에 있는 줄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누가 울산에서 고래 타고 다닌다고 했냐. 이젠 옹기타고 다닌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사실 공무원 ‘옹기맨’의 자질은 이미 지난해 입증을 마친 상태다. 정 주무관은 작년 울주 배를 한가득 베어 물고 과즙이 분수처럼 터지는 영상으로 폭발적 반응을 끌어내 ‘SNS 스타’가 됐다. 지역 특산품인 울주배 주문량도 덩달아 늘었다는 후문이다.
올리는 영상마다 높은 관심을 몰고 다니지만 유튜브를 전문적으로 공부했거나 관련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의(?)에 가까운 군청 ‘정기 인사’로 2020년 1월부터 유튜브 제작 업무를 맡았을 따름이다.
실제로 ‘K 공무원의 광기’로 불릴 정도로 남다른 끼를 발산하는 정 주무관이지만 성격은 오히려 내성적인 편에 가깝다. 그는 “평소 업무를 할 때는 과묵한 성격인데 이상하게 방송에 출연하거나 영상을 찍으면 나도 모르게 생기가 돈다. ‘울산 울주군’을 홍보한다는 자부심이 주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한 번은 유치원에 딸을 바래다주러 갔다가 학부모들이 “옹기맨! 옹기맨!”을 연호하는 일도 있었다. 쑥스러우면서도 괜스레 멋진 아빠가 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졌다는 정 주무관이다.
그러나 ‘부캐’를 가진 공무원에게는 그만한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치단체 유튜브 업무를 맡다 보니 지역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게 쉽지 않아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 유튜버인 그는 그럴 고민이 생길 때마다 ‘공무원스럽게 하지 말자’라는 원칙을 되뇐다고 했다.
정 주무관은 지자체 채널로서 지켜야 할 선은 지키되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 콘텐츠로 울주군 브랜드를 확실하게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지 않으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건 제 욕심일까요?”라며 웃었다.
‘옹기맨’ 보유 지자체 울주군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 주무관의 유쾌한 행보가 더욱 기다려진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