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뿌리를 찾아서’ 43년 만에 한국 찾은 해외 입양인 김미정 씨

입력 : 2025-06-30 17: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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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진해보육원 앞서 유기
만 4세 때 미국으로 입양돼
“친생부모 찾기 계속 이어갈 것”

해외 입양인 김미정 씨의 1982년 입양 당시 사진. 본인 제공 해외 입양인 김미정 씨의 1982년 입양 당시 사진. 본인 제공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탄 해외 입양인 김미정 씨. 본인 제공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탄 해외 입양인 김미정 씨. 본인 제공

“그냥 이 땅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찼어요. 제 주변에서 한국어가 들리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게 낯설기는커녕 아주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제 안의 어떤 공간이 서서히 채워지는 기분이었어요”

지난달 2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 중인 해외 입양인 낸시 슈루즈버리 씨가 한국에 입국했다. 그녀의 한국 이름은 김미정. 생일은 1978년 5월 28일로 추정된다. 김 씨는 “한국을 방문하니 ‘이방인’이 아니라 ‘돌아온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1982년 진해보육원 앞에 유기됐다가 미국으로 입양된 해외 입양인이 뿌리를 찾기 위해 43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해외 입양인의 친생부모 추적 성공률은 통상 3%에 불과하다. 김 씨는 평생 빈칸으로 남아있던 정체성을 찾고자 낮은 확률에 희망을 걸었다.

김 씨는 미국 내 한국 입양인 지원기관인 ‘AdopteeBridge’를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경주 등을 방문해 입양 기록을 확인하고 DNA 검사를 진행한 후 부산을 찾았다. 그녀는 이번 여정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도 연결될 수 있는 정체성과 가족의 역사를 되찾고자 한다.

김 씨가 가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녀가 가진 기록에 따르면, 김 씨는 1982년 6월 10일 경남 진해시 태평동 16번지에 위치한 진해보육원 앞에 유기됐다. 김 씨는 그날 바로 보육원에 정식입소 처리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8일, 홀트아동복지회의 주선으로 미국으로 입양됐다. 당시 나이는 약 만 4세였다.

입양 전 머물렀던 진해보육원은 지금은 ‘진해재활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장애인복지시설로 운영 중이라 당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직원도 아무도 없다. 김 씨가 기억하는 유일한 장면은,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한 남성과 함께 인근 시장을 다녀온 기억이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확신하기 어렵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이다.

김 씨는 어린 시절엔 한국 문화와 완전히 단절된 채 자랐다. 한국어를 배울 기회도 없었고, 뿌리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다른 한국계 입양인들과 교류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그 마음은 더 절실해졌다.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 딸에게 뿌리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1일 출국하는 김 씨는 이번 여정에선 친생부모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그녀는 친생부모를 만날 때까지 뿌리 찾기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 씨는 “뿌리 찾기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딸과 손녀들에게도 반드시 전해주고 싶은 소중한 가족사”라며 “이번에 남편과 딸은 함께 오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한국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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